[자유 게시판] <영화> 줄리에타 --'이년아, 너도 애 낳고 살아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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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주제, 죄책감과 모성애

줄리에타는 두 번의 죄책감을 갖고 산다. 첫 번째는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 때문이다. 그 남자는 줄리에타 옆에 앉아서 이야기나 하자고 한다. 줄리에타는 느끼한 시선을 피하면서 다른 자리로 옮긴다. 그 남자는 자살한다. 그러니깐 자살을 결심한 남자가 우연히 옆에 탔고, 말을 걸었는데, 그 때 말을 받아 주지 않아서 남자가 자살한 것으로 느끼면서 그녀는 괴로워한다. 오지랖도 넓으시지. 그런데 실제 당신에게 이런 일이 닥쳐왔을 때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죄책감을 눈꼽만큼도 느끼지 않고 행동할 수 있을까?

죄책감은 도덕의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을 때 느끼는 감정으로 양심의 가책과 연결된다. 타인을 죽게 내버려두는 것은 죄악이다. 도덕은 이렇게 말한다. 이를 위반했을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라고 강제한다. 줄리에타가 자살한 남자를 보면서 느끼는 죄책감은 터무니 없다. 오히려 자살한 남자 새끼가 더 문제다. 왜 뒈질려면 곱게 뒈질 것이지 꼭 여자에게 말 걸고 죽어야 하는 걸까? 이런 우연함에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야 한다면 모든 인간은 죄책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두 번째 죄책감은 남편의 죽음과 관련된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줄리에타가 일 때문에 집을 나와 버리고, 남편은 고기잡이를 나간다. 갑자기 폭풍이 몰려오고 남편 소안은 죽는다. 줄리에타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남편이 자신과 싸우고 난 뒤에 고기를 잡으러 가서 죽었다는 것이다. 남편이 부부싸움 때문에 열받아서 죽기를 작정하고 고기잡으로 간 것도 아니다. 우연히 거센 폭풍우가 닥쳐왔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줄리에타가 죄책감에 눌려 살아야 하는 이유가 되는가? 남편은 우연히 폭풍우를 만나 죽은 것이다.

남편 소안의 집에서 일하는 가정부가 문제인데, 가정부는 줄리에타를 싫어 한다. 가정부는 도덕 교과서 같은 인물이다. 줄리에타에게 죄책감을 강요하고, 줄리에타의 딸 안티아에게 소안의 죽음이 줄리에타 탓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안티아는 엄마 줄리에타를 미워하고 떠난다.

​​

줄리에타는 죄책감 속에서 고민하면서 딸 안티아를 키우지만 안티아는 엄마를 버리고 떠난다. 떠나는 이유는 줄리에타가 아빠를 죽인 원인 제공자라는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다. 우연한 사고가 인간에게 죄책감을 들씌우고, 그 죄책감 속에서 인간은 피가 말라간다.

그런데 줄리에타 역시 죄책감의 강요자로 나오는 부분이 있다. 줄리에타 엄마가 거동이 불편한 환자이다. 줄리에타 아빠는 가정부를 들여서 간병을 하게 하는데 가정부와 아빠는 연인관계가 된다. 딸인 줄리에타가 보기엔 아픈 엄마를 옆에 두고 다른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아빠가 싫다. 딸 입장에서 당연히 싫을 것이다. 그런 딸에게 아빠는 말한다.N'나도 니 애미한테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병 수발도 하지 않고 어쩌다 한번 엄마를 찾아와서 아빠와 그의 연인의 모습에 도끼눈을 뜨는 줄리에타는 과연 아빠를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줄리에타가 아빠에게 강요하는 죄책감은 과연 정당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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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죄책감 계보도를 그려보면,,,,

가정부 --> 줄리에타 : 소안이 당신과 싸운 뒤에 화가 나서 바다에 나갔고, 거세 풍랑을 만났고 사망했다. 당신 때문에 죽은 것이다. (실은 우연히 풍랑이 몰아쳐 죽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가정부 모습만 봐도 악마처럼 보인다.

안티아 --> 줄리에타 : 딸 안티아는 가정부로부터 잘못된 이야기를 전해듣고 엄마 줄리에타를 미워하고 떠난다. (왜 엄마에게 묻지 않고 남의 말을 더 신뢰하는가? 엄마가 더 소중하냐, 아니면 가정부가 더 믿을만하냐? 철딱서니 없는 애같으니라구)

줄리에타 --> 아버지 : 아버지는 아픈 엄마를 옆에두고 집에 거주하는 간병인과 사랑 놀음을 한다. 엄마를 요양원에 보낼 돈이 없어서 집에서 보살핀다. 딸 입장에서 아버지 불륜을 비난한다. 정당할 수 있다. 그런데 딸은 몇 년에 한번 집에 와볼 뿐이다. 아픈 엄마를 몇 년만 간병해보라. 진절머리를 낼 것이다. 누구나 타인에 대해서는 쉽게 말한다. 아버지 입장에서 줄리에타는 타인이나 마찬가지다. 몇 년에 한번 들르는 타인. 단지 피가 섞였다는 이유 하나만 다르다. 만일 아버지가 아픈 엄마와 이혼하고 간병인과 결혼을해서 엄마를 떠난다면 어쩔 것인가? 누가 엄마를 책임 질 것인가? 딸인 줄리에타가 책임질 수 있을까? 줄리에타의 아빠에 대한 비난은 이해는 된다. 그러나 별로 설득력은 없고 공감도 가지 않는다. 결국 가족도 타인일 뿐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요하고 책임을 뒤집어 씌우는 행위는 역겹다. 오죽했으면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이스트우드가 개같은 가족이라고 했을까?

모성애

자신을 떠난 딸 안티아 때문에 삶이 망가진다. 아니 잘못된 인식에서 오는 잘못된 죄책감이 줄리에타를 망가뜨린다. 남편이 죽고 홀로 딸을 키우는 줄리에타. 엄마에 대한 불만을 가슴 속에 숨기고 살다가 홀연히 엄마를 떠나는 딸, 그 뒤에 딸을 찾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는 엄마의 피폐한 삶.

​왜 딸은 엄마에게 아빠에 대한 일을 자초지종 이야기하지 않고, 엄마를 가슴속으로 비난하면서, 그 속내를 숨기고 살았을까? 줄리에타 역시 딸에게 남편과 사이의 일을 털어놓지 못했을까? (이유 : 털어놨다면 영화가 성립되지 않으니깐? ㅎㅎㅎ)

시간이 흐르고 딸에게서 편지 한통이 온다.

#​

엄마, 아직 마드리드에 사는지 모르겠지만
달리 알고 있는 주소가 없어서

엄마 생각이 나 슬퍼서 미칠 것 같아
평생 지금처럼 괴로웠던 적이 없어

내가 사라졌을 때 얼마나 괴로웠을지 알겠어
그땐 짐작도 못 했어
그때 알았더라면 아무도 아프지 않았을 텐데

그러니깐 이 편지는 딸 안티아가 자신의 9살배기 아들을 잃고 난 뒤에 쓴 편지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고통속에서 헤매던 엄마의 심정.딸 역시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고통속에 있다.그 때서야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해서 이 영화의 메시지를 한 줄로 줄이라면.....
우리네 엄마들이 가장 잘 하는 말로.

'이년아, 너도 시집가서 애낳고 키워봐라. 그래야 니 애미 심정을 이해하지'

딱 그거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는 없다. 내가 타인이 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단지 어림짐작할 뿐이다. 가장 좋은 이해는 내가 딱 타인과 같은 상태에 처하는 것이다.

좀 쉽게 비유하자면,,,,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세월호 사건, 인혁당 사건 같은 지극히 엿같은 사건에 내가 당사자가 되는 것이다.

즉, 광주에서 전두환이 보낸 공수부대에게 총을 맞아서 내 아들이 죽거나, 세월호 배안에서 내 딸이 죽거나, 인혁당 사건으로 남편이 죽거나, 했을 경우에 전두환이나 박근혜나 박정희를 당신은 너그러히 용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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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어린 이해는 내가 당사자와 비슷한 입장이 될 때만 가능하다. 영화 <줄리에타>에서 딸년이 엄마를 이해하는 시점이 그렇다. 감독 알모도바르는 잘못된 죄책감이 인간을 황폐화 시킨다는 것, 삶의 사건들은 우연일 뿐이고, 우리는 그걸 죄책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했다고 본다. 그리고 덤으로 인간 사이의 이해의 난해함, 그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엄마는 딸을 만나러 꼬부랑 길을 올라가면서 영화는 끝난다.
(모성애, 부성애 ,,, 이게 도대체 무슨 개뼉따귀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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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 말하는 죄책감에 대해

기독교에서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다. 헉스! 당신이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라고 지명하면 당신은 이 점에 대해 흔쾌히 받아들이겠는가?

왜 기독교는 이렇게 인간의 죄를 묻는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혔기 때문이다. 예수는 모든 인간의 죄를 대신해서 속죄하고 죽은 것이다. 당신이 당신의 죄를 속죄할 틈을 주지 않고 예수가 갑작스럽게 인간의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죽어버린 것이다. 이렇게 황당한 일이! 이 때문에 남아 있는 인간은 당황하게 된다. 빚을 갚아야 하는데 상대방이 죽어버렸기 때문에 당신은 예수에게 영원히 빚을 갚을 수 없게 되었다. 당신은 죽을 때까지 예수에게 부채의식에 시달려야 한다. 내가 대신 빚을 갚아달라고 하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는 나 대신 죽었다. 이 때문에 인간은 죄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고 영원히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삶을 살아야 한다, 라고 기독교는 말한다.

이렇게 죄책감에 쌓여 사는 인간은 애시당초 죄인이었다. 이브가 뱀의 꼬임에 빠져 아담과 함께 사과를 따먹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신은 태어날 때부터 죄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영원히 빚을 갚을 수 없도록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 대신 죽어 버렸다. 그렇다면 고대 동양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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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cafe.naver.com/pokara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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