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연재] 강철의 역사 (3) - 베세머 전로의 탄생

강철의 역사 (1) - 강철이 탄생하기까지의 여정

강철의 역사 (2) - 철과 석탄

시계공과 도가니

벤저민 헌츠먼은 철 때문에 답답했다. 셰필드에서 생산되는 철의 품질이 너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시계에 들어가는 섬세한 스프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순도가 높은 강철이 필요했다.

안과의이자 외과의였던 헌츠먼은 철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철광석을 녹여 실험했다. 이윽고, 점토 도가니를 사용했던 고대 인도의 방식과 매우 흡사한 과정을 찾아냈다. 하지만 헌츠먼의 방식에는 두 가지 주요한 차이점이 있었다. 숯 대신 구운 석탄을 사용했고, 도가니 안에 철광석과 연료를 함께 넣는 대신, 도가니에는 철광석과 탄소 혼합물을 넣고 도가니 밑에서 석탄으로 가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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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저민 헌츠먼>

여기서 나온 잉곳은 더 균질했고, 더 강했으며, 잘 부러지지 않았다.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지금까지 생산된 것 중 최고의 강철이었다. 1770년대가 되자, 셰필드는 영국 철강 업의 중심지 되었다. 70년 후, 영국 전체에 셰필드의 방식이 퍼졌고, 영국의 강철 제품은 전 세계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되었다.

1851년, 세계 최초의 박람회 중 하나인N'만국 박람회'가 런던에서 열렸다. 이 행사를 위해 주철과 유리로 수정궁이 건설되었고, 내부의 모든 구조물이 철과 강철로 제작되었다. 그리고 기관차와 증기 기관, 분수대 및 가로등 등 철을 녹여 주조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전시되었다. 세상에 처음 선보인 물건들이었다.

베세머의 돌파구

헨리 베세머는 다종다양한 발명으로 유명한 영국의 엔지니어이자 발명가로서, 황동이 들어간 페인트, 식자기용 자판, 사탕수수 분쇄기 등을 발명했다. 1850년대 동유럽에서 크림 전쟁이 발발하자, 가늘고 긴 형태의 신형 포탄을 개발했다. 프랑스 군대에 이 포탄을 보여주었지만, 당시 사용하던 대포는 이 포탄을 사용하기에 너무 조악했다. 강철로 만든 대포만이 이 포탄을 처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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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베세머>

도가니형 제강 공정은 대포만한 큰 물품을 제작하는데 너무 큰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베세머는 강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1856년 어느 날, 선철을 트렌치(도랑)로 흘려보내는 대신, 용기에 부어 보기로 했다. 바닥에 구멍을 낸 용기에 선철을 부으면서 구멍을 통해 공기를 불어 넣었다. "Steel: From Mine to Mill"에 따르면, 약 10분 동안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다가, 갑자기 불꽃이 일면서 녹아있던 선철이 용기 내에서 용암처럼 폭발을 일으켰다고 한다. 폭발이 끝나자, 용기에는 탄소가 없는 순철만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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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우스 요크셔 페니스톤 제철소에서 강철이 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E.F. 스키너의 유화,1916년경.>

제련 과정이서 일어난 이 폭발이 미친 영향은 아무리 과장해도 지나치지 않다. 베세머가 용융된 선철에 직접 공기를 접촉시키자, 선철 내의 탄소가 공기 내의 산소와 결합했고, 용기에는 순수한 철만 남게 되었고, 여기에 철과 망간의 합금인 경철 같은 탄소 함유 물질을 첨가하면, 고품질의 강철을 만들 수 있었다.

베세머는 이 과정을 처리할 수 있는 기계를 제작했다. 바로 "베세머 전로(Bessemer Converter)"였다. 외부는 견고한 강철이며, 내부에 점토 층을 바른 달걀 모양의 장치였다. 노 하부에서 공기를 불어 넣으면 상부의 구멍으로 30피트 높이의 화염을 토해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문제점이 불거져 나왔다. 베세머는 인이 거의 포함되지 않은 철광석을 사용했지만, 영국산 철광석 대부분은 인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존 제련 방법으로는 인을 확실히 제거할 수 있었지만, 베세머 전로에서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생산된 강철은 쉽게 깨지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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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세머 전로의 구조>

이 문제는 20년이 넘게 금속학자들을 괴롭혔다. 25년 후 드디어 영국 경찰 사무원이자 아마추어 화학자였던 시드니 토머스(Sidney Gilchrist Thomas)에 의해 문제의 해결책이 나왔다. 토머스는 장치 내의 점토층이 인과 반응하지 않음을 발견했고, 이를 인과 반응하는 석회로 대체했다.

그러자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20분 동안 5톤의 강철을 만들 수 있는 이 새로운 방법은 현재에도 영국 제철소에서 사용되고 있다. 2주 동안 고작 강철 60파운드 정도만 생산할 수 있던 기존 헌츠먼의 도가니 방식은 이제 시대의 뒷물결이 되었다. 베세머 전로가 새롭게 왕좌를 물려받게 된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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