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문서DB 시스템의 변화는 가능할 것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근 다시 소강상태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치열했던 가상화폐 공방도 다소 줄어들었다. 동계올림픽이라는 새로운 관심사가 이 사회에 들어오기도 했지만, 이 가상화폐 자산가격의 감소 또한 그 논쟁열기 감소에 한 몫을 담당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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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XE.COM, 2018.02.13 기준

사회적 관점에서 보자면 묻지마 투자가 이어지는 이 정체불명의 자산시장에 대한 경계는 일정 수준 필요로 하며, 그에 대한 활발한 논쟁도 건전한 시장경제 질서를 위해 필요하다 생각한다. 다만 이 가상화폐의 근본기술이라 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발전과 가상화폐의 가치는 따로 떼어 놓고 논하기 어려운데, 이는 마치 원유시장 가격과 원유채취기술 발전의 상관관계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전에 나는 가상화폐의 버블이 마치 150년 전 석유시장의 초창기와 유사하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석유의 역사를 통해 바라본 가상화폐 이야기) 석유가격의 등락에 대한 해석은 여러가지 존재하지만, 수요-공급 측면에서 보자면, 석유가격의 등락에 따른 Resource 공급의 미스매치도 급등락하는 석유가격에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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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asdaq, 2018.02.13 기준

뭐 거의 모든 원자재가 그러하지만, 다이나믹한 가격의 등락은 아무래도 이 석유가 대선배격 아니겠나 싶다. (주, 물론 개인적으로나마 가상화폐를 벌써 석유와 동급으로 평가하는 것은 아님) 여튼 이러한 석유가격의 급등락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Resource 공급의 미스매치라 함은, 상대적으로 석유의 수요가 적어 석유 가격이 낮은 구간을 형성하고 있을 때는 주요 Resource인 인력이나 장비가 점점 줄어들지만, 국제경기가 회복되어 물동량 증가로 인해 상대적으로 석유의 수요가 늘 때 이를 공급할만한 Resource가 부족하다면, 이에 따라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석유의 가격은 올라간다는 말이다.

이렇게 석유의 가격이 올라간다는 말은 해당 Resource, 그러니까 인력의 몸값이 올라가고, 장비의 구매/임대가가 올라갈 여력이 있다는 말인데, 여기서 출현하게 되는 것이 기술의 발전이다. 예컨대 석유의 가격이 낮은 박스권에 형성되었을 때는 특별히 기술을 발전시켜봐야 얻을 수 있는 Profit이 제한적이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 타인에 비해 한걸음 발전된 기술을 통해 Resource 투입을 감소시킨다면 예상수익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우리는 산업에서 생산성(Productivity)라 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생산성은 경제학적 개념이라기 보다는 경영학적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최소 투입으로 최대 산출을 지향하는 효율성의 개념이란 말이다. 아주 거칠게 산업에서 쓰이는 원가구조는 다음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재료비(M) + 노무비(L) + 경비(E) + 이익(P) = 제품가격(F)

여기서 석유시장과 같이 제품가격(F)이 시장에서 정해진 가격에 따른다 한다면, 이익(P)을 최대화시키기 위해서는 저 재료비(M)를 줄이든, 노무비(L)를 줄이든, 경비(E)를 줄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투입되는 재료의 양은 대부분 대동소이하며, 노무비나 경비의 단가는 특별히 다르지 않다. 그러면 기술의 발전, 예컨대 하루에 100L를 뽑아내는 시추기의 엔진을 발전시켜 200L를 뽑아내는 기술이 있다치면, 그에 따라 단위 Liter 당 소요되는 시간은 감소될 것이고, 이에 따른 노무비용도 절감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석유회사나 엔진제작회사들은 기술을 발전시킬 동기, 그러니까 인센티브가 부여되는 셈이다. 석유의 가격이 오르지 않고 대략 십년의 기간동안 Profit이 계속해서 하락한다면, 이러한 인센티브는 사라지고, 기술을 개발할 사람도, 장비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문서DB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려 했는데, 서두가 너무 길었다. 위에서 지리한 석유시장의 예를 든 이유는, 그러한 자산가격의 등락이 없이는 새로운 기술투자에 대한 인센티브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말이었다. 따라서 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가상화폐 자산가격의 등락도 필수불가결한 존재일 수 있다. 그저 정부 나라장터에서 대충 입찰해서, 그래 너! 10억원 줄테니 블록체인 기술 개발해. 모 이런 개념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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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나라장터, 2018.02.13 기준
[제8385부대 돼지등뼈부터 초등학교 책걸상까지, 없는 입찰이 없는 조달청 나라장터...]

여하튼 나는 특별히 가상화폐에 대해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본업과 상관없는 자산시장에 뛰어들어 내 자산을 막 불리고 싶은 욕심은 없기에, 특별히 비트코인이나 여타 알트코인의 가격등락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관련 서적도 좀 읽기는 했는데, 실제로 사서 거래를 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스팀잇, 요것은 조금 관심이 갔다. 대체 어떤 시스템이길래 글을 쓰면 가상화폐가 생길까, 네이버 블로그나 페이스북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이 시스템은 어떻게 보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이 시스템이 블록체인과 어떠한 연관이 있을 것인가.

그러한 고민을 하던 중 다음의 포스팅을 보게 되었다.
나만 몰랐던 블록체인 상식) 스팀잇 데이터는 어디에 저장될까?
나만 몰랐던 블록체인 상식.jpg

간단히 요약하자면, 스팀잇 데이터 블록은 3초에 한번씩 생성되며, 여기서 벌어지는 보팅/댓글/보상/문서 등이 모조리 싹 다 text 형태로 담긴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블록체인 text는 증인(witness)라는 블록생성자 서버에 저장되며, 이 증인은 100명이라는. (실제로 여기를 들어가보니 확인할 수 있었다. https://www.steemdb.com/)

그러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이 영상과 사진으로 점철된 데이터가 어떻게 text의 형태로 저장되거니와, 그 큰 용량을 어떻게 저 witness들은 감당하냐는 실질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미지와 동영상은 url 링크를 통해 변환되며, 해당 링크는 Amazon S3와 같은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통해 불러들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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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mazon S3, 2018.02.13 기준
[에잉~ 아마존, 늬들은 대체 안 하는게 뭐니...]

결국 나에게 쇼킹하게 다가왔던 것이 무어냐면, 이 스팀블록체인의 개별파일 용량은 대략 16.9KB이며, 이 블록수의 총량이 현재 대략 2천만개인데, 그럼 338GB 정도 된다는 말이었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랩탑의 SSD 용량이 512GB인데... 이쯤되면 모 witness들이 다 가지고 있어도 부담되지 않을 용량 수준인 것으로)

그러면 이러한 사실이 문서 DB 시스템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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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Aconex, 2018.02.13 기준

내 프로필에도 남겨두긴 했지만, 나는 건설업계에서 Cost Control을 주로 담당하는 Manager 역할을 하고 있다. 대략 수천억원 혹은 수조원 대의 메가 프로젝트를 수행하다보면 수십억원 수백억원 대의 클레임, 그러니까 소송이 오고가는데, 이럴 경우 시시비비를 쉽게 가리기는 어렵다.

그러니까 프로젝트를 발주한 발주자(Client), 그리고 수행하는 시공사(Contractor), 조금 더 세분화 해 보자면 하도급사(Subcontractor), 설계자(Designer), 협력업체(Vendor)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은 각자 원하는 바를 위해 문서를 주고받곤 한다. 한국의 경우, 관습에 의해 구두나 전화로 계약 상 지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도 있지만, 일찍이 서면계약문화가 발달한 서구권에서는 이러한 지시 및 피드백을 모두 문서로 기록해 놓는다. 그래서 도입되게 된 프로그램이 호주의 Aconex나 미국의 Project wise와 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데는 비용이 꽤나 든다. 대략 5년의 기간 동안 이러한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수억원의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물론 돈이 많아 그러한 비용을 기꺼히 지불하겠다면 뭐 상관은 없지만, 이게 앞서 이야기한 스팀잇 개념의 블록체인 문서관리 기술, 그리고 아마존 S3와 같은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의 결합을 통해 자체구현 한다면 그만큼의 금액을 세이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여러 Witness를 통해 데이터 자체를 변경할 수 없다면, 클레임이나 소송의 객관적 자료로 사용될 가능성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프로젝트라 하는 것이 어차피 시작과 끝이 있으니, 해당 프로젝트 기간이 종료되면 데이터는 몇 개의 외장하드를 통해 관리를 될 것이고. Defect notification period, 그러니까 하자보수기간이 종료되면 어차피 히스토리 관리도 필요없으니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러한 개념은 굳이 건설공사 프로젝트에만 국한될 것은 아닐 것이다. 여타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도입되면 쓸모가 있을만한, 그런 변형된 기술이 아닌가 싶다.

특별히 새로운 기술은 없어보인다. 다만 스팀잇을 만든 Ned Scott과 Dan Larimer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는, 가치가 점점 오르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여 스팀달러라는 새로운 개념의 인센티브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는 아래 그래프와 같이, 꽤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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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teemit, 2018.02.13 기준
[친애하는 Jake님의 페이지를 둘러보다 발견한 스팀잇의 Active users 그래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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