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무엇이 훌륭한 투자자를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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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라. 대학이나 고등학교에 배운 것을 기억해 보라.당시 배운 것 중 오늘날에도 여전히 써먹고 있는 것이 있는가? 그중에서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 있는가? 그리고 학창 시절 배운 것이 사회생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불평하지 말길 바란다. 사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말이다. 우리 모두의 지금 모습을 만들어 준 것이 교육이고, 우리 모두는 당시 배운 것을 지금도 부지불식간에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당시 배웠던 것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기 바란다.
필자의 경우, 대학에서 물리학과 수학을 전공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투자 업계에 들어와 20년을 보내면서, 대학에서 배운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은 것처럼 생각됐다. 어쨌든 나트륨의 양극화 계산은 투자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사실, 다시 생각해 보면 대학에서 배운 문제 해결 방식을 일에 사용하고 있었다.
한 가지 간단한 예는 수학자 칼 자코비가 사용한 "뒤집어서, 항상 뒤집어서"라는 접근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자코비는 복잡한 문제라도 뒤집어서 생각해 보고, 현재 상황을 과거로 되돌려 보면,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아주 어려워 보이는 문제도 가장 빠르고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 찾아지는 경우다 많다. 수학과 물리학에서는 항상 이런 방식이 적용되며, 시장의 상황 전개나 투자 기회를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투자 세계를 둘러보면, 많은 애널리스트, 펀드 매니저, 투자자들이 적분은 순식간에 풀 수 있으면서도,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문제에 부닥치면 손도 대지 못하는 모습이 수없이 목격된다.
애널리스트들과 펀드 매니저들은 대체로 기업의 재무 분석을 훈련받았고, 재무제표 분석과 가치 평가 배수 산정 방법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다. 그들은 배당 보상 비율에서 향후 5개년도 각각에서 예상되는 영업이익 증가율에 이르기까지 기업에 대한 아주 자잘한 내용까지 알고 있다. 이런 지식이 인상적일 수는 있어도, 그것만으로는 훌륭한 투자자가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매수측과 매도측 애널리스트들 모두 기술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연간 20% 이상씩 영원히 성장할 것같이 기술주 거품을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보자. 기업의 현재 시장 가치에 가까운 현금 흐름 할인법을 적용해 나온 적정 가치에 근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한 기업이 연간 20%씩 영원히 성장한다면, 곧 세계를 소유하게 될 것이다. 현재 애널리스트들은 아마존의 장기 영업이익 증가율을 연간 36.8%로 추정하고 있다. 아마존의 PER 배수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2050년이 되면 시가총액이 미국 GDP를 넘어선다는 의미이다. 아마존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들과 아마존에 투자하는 펀드 매니저들은 돈 버는 방식에서 향후 성장해 나갈 모습에 이르기까지 아주 자잘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많은 내용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세세한 전문 지식이 오히려 나무만 보고 숲은 놓치게 만들고 있다.
뒤집어서, 항상 뒤집어서
이제 역사 속의 위대한 투자자들을 생각해 보자. 그들을 평범한 사람들과 구별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 세스 클라만과 하워드 막스, 벤저민 그레이엄과 피터 린치 같은 이들은 어떤 점이 두드러지는가? 모두가 투자 접근 방식이 다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투자의 철학자라고 할 수 있다.
TV나 신문 인터뷰에 나오는 일반적인 펀드 매니저들을 보라. 성장주나 배당주가 좋은 이유 또는 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 같은 것을 '지혜'라고 알려준다. 즉, 그들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한다. 이제 버핏이나 소로스의 말을 들어 보자. 그들은 이런 기술적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보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큰 주제와 동향에 초점을 맞추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최근의 데이터 흐름이 아니라, 근본적인 동력에 대해 생각하고, 시장의 광범위한 문제를 적용해 그 역학의 바탕을 이해할 수 있는 투자 기법을 개발했다.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와 "증권 분석", 막스의 "투자에 대한 생각" 또는 클라만의 "안전 마진"은 시대를 초월한 책이다. 특히 그레이엄의 책은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왜일까? 기술적인 면이 아니라, 근본적인 정보를 분석해 투자를 평가하는 방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훌륭한 투자자나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뒤집어서, 항상 뒤집어서"라는 정신의 투자 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기업의 세부 데이터를 외우거나, 자기 자본 수익률 같은 것을 계산하는 대신 시장의 역학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기 바란다. 물론 훌륭한 투자가가 되기 위해서는 세부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기법과 계산 방법은 일단 익히고 나면, 아무리 반복해서 사용한다고 해도 솜씨가 늘거나 더 정교해지는 것이 아니다.
필요한 일이긴 하겠지만, 더 나은 투자자나 훌륭한 투자자로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자료 출처: CFA Institute, "What Makes a Great Inves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