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커피의 경제학

특정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복잡성을 줄이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이해할 수 없다. - 팀 하포드

커피숍의 커피 가격은 어떻게 결정될까? 경제학이 늘 그렇듯이, 답은 간단치 않다. 그리고 복잡한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단순화시켜 놓고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된다. 단순화한 모델 중 하나가 완벽한 시장(perfect marke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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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시장

완벽한 시장(또는 완전 경쟁 시장)은 다음과 같은 시장이다.

  1.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판매자가 많다.
  2. 그 제품을 사는 구매자가 많다.
  3.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모든 구매자가 모든 판매자의 가격을 알고 있고, 모든 판매자가 다른 판매자의 가격을 알고 있다.
  4. 판매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데 제한이 없다.

​이 완벽한 시장은 우리 세계 경제를 아주 원시적으로 단순화한 것이며, 거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만, 어느 정도 배울만한 점이 있다.

사고 실험

커피 시장이 완전 경쟁인 한마을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 마을에 커피 한 잔을 2달러에 파는 커피숍이 있고, 커피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실제 비용(임대료, 임금, 커피 원두, 설비 포함)은 50센트라고 하자. 그리고 새로운 커피숍들이 속속 문을 열면서 손님을 끌기 위해 가격 경쟁을 펼친다. 따라서 경쟁으로 인해 커피 한 잔 가격은 점점 더 낮아질 것이다. 이윽고 가격은 50센트까지 떨어질 것이다. 커피숍들이 이 가격보다 싸게 커피를 팔면 손실이 생기기 때문에 더 내릴 수는 없다. 또한 이보다 가격을 올리면 다른 커피숍에 손님을 뺏기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이렇게 완전 경쟁 시장에서 가격은 "진정한" 가격이 된다. 판매에 소요된 비용만큼 가격이 결정된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런 시장은 균형이 잡혀있다. 일단 가격이 한계비용에 이르고 나면, 계속 그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시장 균형 아래서, 판매자는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할 것이다. 동시에, 완전 경쟁 시장에서 판매자는 가장 생산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만들게 된다. 만약 자원을 낭비하게 되면, 제품을 한계 비용으로 제공할 수 없을 것이고, 따라서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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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현실 세계로

미국에서 스타벅스에서 카푸치노 그란데 한 잔 가격은 평균 3달러 65센트이며,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고 한다.

  • 커피 비용: 16센트
  • 컵, 빨대 및 뚜껑 비용: 32센트(그렇다, 커피 자체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 매장 간접비 및 임대료: 1.31달러(점포 위치에 따라 수치가 더 올라갈 수 있다.)
  • 종업원 임금: 1.10달러
  • 우유 비용: 16센트
  • 수익: 60센트

이렇게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임대료와 임금을 비롯한 모든 비용을 포함시켜, 카푸치노 한 잔을 팔아 60센트의 이익을 남긴다.

​그렇다면, 다른 업체가 스타벅스보다 낮은 가격에, 예를 들어 3달러 35센트에 카푸치노 그란데를 팔아 경쟁에 나서기 어려운 요인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가 브랜드 파워다. 스타벅스는 그냥 커피만 파는 것이 아니다. 경험을 판다. 커피는 그저 부수적인 제품일 뿐이다. 다음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실 일이 생기면, 매장을 한 번 주의 깊게 둘러보길 바란다. 사람들은 단지 커피를 마시는 것뿐이 아니라,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나기 위해 그곳에 간다. 스타벅스는 소비자들의 일상에서 가정과 직장 다음으로 제3의 장소가 되길 원한다. 이것이 스타벅스의 브랜드 전략이다. 또한 모든 매장을 똑같이 꾸미고, 정확하게 동일한 제품을 판매함으로써, 이런 브랜드 전략을 더 효과적으로 만들어준다. 게다가, 커피를 컨벤션, 톨, 그란데 및 벤티로 규격화한 것도 브랜드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브랜드 전략이 성공을 거둔 결과, 소비자가 해외 도시를 방문했을 때, ‘조스 커피숍’과 스타벅스가 나란히 있을 경우 스타벅스를 선택하게 된다. 이미 스타벅스 브랜드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에 가면 어떻게 커피를 사서, 어디서 마실지 이미 알고 있다. 이런 브랜드 전략이 스타벅스에게 엄청난 시장 우위를 안겨주고 있다.

​브랜드 전략은 완전 경쟁을 위한 조건 1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판매자가 많다.”를 거스른다. 업체마다 제품 차별화를 꾀하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의 브랜드는 강력하고, 일부 업체는 그렇지 못하다. 강력한 브랜드의 제품은 그렇지 못한 브랜드보다 확실한 우위를 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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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의 스타벅스 매장 분포

부동산 문제

완전 경쟁 시장이 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동산의 제약 때문이다. 시카고의 경우, 거의 모든 정류장에 스타벅스나 던킨 도너츠가 있다. 여기에 새로운 커피숍을 열고 싶다면 어떻게 될까? 행운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남은 부동산이 없다. 이것은 완전 경쟁을 위한 조건 4 “판매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제한이 없다.”를 거스른다. 부동산 문제는 새로운 커피숍이 시장에 들어오기가 아주 어렵게 만든다.

​또한 부동산 문제는 완전 경쟁을 위한 조건 2 “그 제품을 사는 구매자가 많다.”를 위반한다. 정류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커피숍을 열어도 되긴 하지만, 그만큼 통근 중에 커피를 마시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에서 멀어지게 된다.

요약

그렇다면, 커피 가격은 무엇이 결정할까? 바로 시장의 힘. 그리고 커피 시장이 완벽하다면, 시장의 힘이 가격을 진정한 가격인 한계비용까지 낮출 것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브랜드 효과와 부동산 효과를 포함한 여러 가지 효과로 인해 가격이 한계비용보다 높아진다.

자료 출처: Samuel Flender in Medium, “Coffee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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