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나탈리 우드의 마지막 날

1981년 11월 29일 나탈리 우드의 의문의 죽음

또 한 해의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이른바 연말연시의 시작이 되겠다. 기독교 국가도 아니면서 해방 이후 미 군정이 크리스마스를 공휴일로 지정하고 뒤이어 이승만 정부가 이를 승계한 이래 계속 공휴일이었던 크리스마스는 어느덧 ‘가족과 함께’라는 숙어로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 크리스마스 때마다 주말의 명화나 토요명화 등등에 소개되는 ‘성탄 영화’ 중의 하나가 있었다 <34번가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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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몇 번을 보긴 했지만 아직도 이 영화의 스토리는 가물가물하다. 그 수염 긴 노인이 진짜 산타클로스였다는 것인지 가짜 산타클로스였다는 것인지조차. 즉 동화인지 리얼리티인지조차 헛갈린다는 얘기니 내 기억력도 한 물 갔다 싶은데 기억하는 건 오직 하나다. 깨물어주고 싶을만큼 귀여웠던, 산타 할아버지를 믿지 않는 똑똑한(?) 아이였던 아역 배우의 얼굴. 당시 나이 아홉 살의 나탈리 우드였다.

러시아 계 이민의 딸로서 특유의 미모로 어릴 적부터 연예계 문을 두드렸는데 그건 무척 배가 고팠던 부모의 열망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어쨌건 부모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영화 <34번가의 기적>은 그녀에 대한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성공했다. 대개 아역 배우들은 크면서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나라의 각종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매컬리 컬킨은 오늘날 얼마나 징그러우며 영화 ET에서 외계인을 뿅 가게 만들었던 깜찍한 드류 배리모어는 마약을 하는 등 방황의 극을 달리지 않았던가. 그녀가 별안간 영화 <스크림>에 등장해서 살인마에게 죽음을 당할 때 어린 날의 추억 하나도 죽는 거 같았던 느낌 새롭다. 그런데 나탈리 우드는 아역에서 하이틴의 스타로, 또 원숙한 배우로 계속 성공적으로 커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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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청춘, 제임스 딘과 함께 열연한 영화 <이유 없는 반항> 또한 나탈리 우드의 이름을 영원히 낳게 했다. 이른바 ‘질풍노도의 시기’의 아이들을 보고 겪으면서 나는 저 영화의 제목, 즉 ‘rebel without cause', 이유 없는 반항이 얼마나 아이들의 상태를 적확하게 끄집어낸 것인지 감탄한 바 있다. 이유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결코 이유가 없지는 않고 단지 어른들은 그 이유를 까먹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런데 나는 반항을 별로 안해보고 자랐다 억울하다)

무모하게만 보이는, 또 실지로 목숨을 잃을만큼 무모한 치킨게임을 객기로 벌이는 청춘들 사이에서 당시 17살의 나탈리 우드는 <34번가의 기적>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기억에 남았다. 치킨 게임의 심판 노릇을 하던 나탈리 우드는 ‘이유없는 반항’의 나이 대에 어울리는 소녀였지만 사고라는 사고는 다 치고 다니던 제임스 딘이 부모님께 “제 여자 친구예요.”라고 소개하며 나탈리 우드를 내세우던 장면에서 갑자기 나탈리 우드는 소녀를 넘어 ‘여자’가 된 느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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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나에게 나탈리 우드가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은 것은 역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미국 뉴욕의 슬럼가로 옮겨 왔던 이 뮤지컬 영화에서 줄리엣과 비슷한 마리아 역을 맡았던 나탈리 우드는 여러 명장면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이탈리아 계 제트단과 푸에르토리코 계 샤크단의 대결이 펼쳐지던 뉴욕 슬럼가, 샤크단의 대장의 여동생 마리아, 그리고 제트단에 속해 있지만 거기에서 발을 빼려고 하지만 싸움 실력은 좋은 토니. 그 둘이 우연히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 그리고 두 갱들의 대결이 절정으로 치닫는 가운데 사랑의 도피를 꿈꾸는 연인들이 그와 어우러지면서 전개된 합창 <투나잇>은 실로 명장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레미제라블>의 ‘One day more'가 이 ’투나잇‘ 장면을 오마쥬했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말고.

아무튼 여러 오해와 사고들이 끼어들고 급기야 목숨을 잃고 마는 토니. 여기서 <로미오와 줄리엣>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달라지는데 마리아는 목숨을 잃지 않는다. 영화에서 흰색 옷을 주로 입고 등장했지만 그 장면에서 마리아는 불처럼 빨간 드레스를 입고 실려나가는 토니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망연한 표정이라니.

유감스럽게도 내가 마지막 본 그녀는 그 영화가 마지막이다. 나는 그녀가 워렌 비티와 함께 열연했던 <초원의 빛>을 보지 않았고 다른 영화에서는 그녀를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꼬마숙녀와 소녀, 그리고 성숙에 막 접어든 여자까지의 성장사를 점프컷으로 기억하는 몇 안되는 배우였다. 34번가의 기적에 등장하는 해맑음과 웨스트사이드스토리의 청순함과는 달리 제임스 딘, 스티브 매퀸, 로버트 와그너 등 당대의 배우들과 수시로 염문을 뿌리고 다녔고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정말 손 하나 까딱 않고 스탭들의 시중을 받는 모습을 보며 저 여자 참..... 혀를 찬 적이 있지만 그래도 나탈리 우드는 내게는 지우기 어려운 추억 속 여배우 중의 하나였다.

그녀가 1981년 11월 29일 한 번 이혼했다가 다시 만나 결혼한 로버트 와그너와 요트를 즐기다가 익사한다. 와인에 취했고 입고 있던 오리털 옷이 물에 젖어 물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보이고 몸에 난 멍자국은 요트에서 떨어지면서 난 것으로 보인다는 검시관의 의견에 따라 익사로 처리됐지만 30년이 지나서 ‘원인불명’으로 바뀐다. 그날 요트에서 부부싸움을 심하게 하는 걸 봤다는 인근 요트 선장의 증언, 그리고 구명조끼를 입고 있지 않았고, 사체에서 발견된 멍이 요트 위에서 생겼다고 보기엔 이상한 점이 많은 점 등이 제기되면서 재조사 움직임이 있었으나 로버트 와그너는 재조사 자체를 거부했다.

34번가의 기적의 꼬마, 이유없는 반항의 소녀,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등장하는 사랑에 빠진 처녀 나탈리 우드는 어떻게 죽었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은막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유없는 반항 dvd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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