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공매도의 주범은 바로 동료들 - 뉴욕 증권 거래소의 결투: 스터츠 vs. 공매도 세력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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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미 증권 거래 위원회(SEC)가 시장 조작을 불법화할 때까지, 월스트리트는 때때로 공매도 세력과 매집 세력 간의 전쟁터가 되곤 했다. 공매도 세력이 유통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을 매도하고, 남은 주식은 부동주뿐일 경우 문제가 생긴다.

공매도 세력이 매도 포지션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매수해 갚아야 하기 때문에, 만일 한 세력이 모든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부르는 게 값이 될 수 있고, 공매도 세력은 그 가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20세기 미국 주식 시장에서 일어난 주식 매점 사태는 단 4차례였다. 1901년의 노던 퍼시픽(Northern Pacific), 1920년의 스터츠 모터(Stutz Motor Co.), 1923년의 피글리 위글리(Piggly Wiggly) 그리고 1928년의 RCA였다.

노던 퍼시픽의 경우, 이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시도로 숏 스퀴즈가 일어났기 때문에 비교적 우호적으로 끝이 났지만, 스터츠의 매점은 공매도 세력과 공매도된 주식을 매점하고 있던 스터츠의 소유주 앨런 A. 라이언(Allan A. Ryan) 간의 전쟁으로 비화되었다. 유감스럽게도, 뉴요커지의 존 브룩스의 기사 "스터츠의 매점"에 자세히 설명된 것처럼, 양측 모두에 재앙으로 끝을 맺었다.

오늘날 전산화된 주식 시장에서, 매도 세력과 매수 세력 간의 싸움은 보통 특정 개인과는 관련이 없으며, 한 컴퓨터 알고리즘과 다른 컴퓨터 알고리즘 간의 싸움이다. 하지만 1920년에는 개인 대 개인, 매도 대 매수 대결이었고, 스터츠 매점의 경우에서와 같이, 양측 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당시 뉴욕 증권 거래소는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아닌 개인의 영지처럼 운영했던 이들에 의해 감독되고 있었다.


아버지 라이언

앨런 A. 라이언을 월스트리트로 이끈 것은 아버지 토머스 포춘 라이언(Thomas Fortune Ryan) 이었다. 토머스 라이언은 1873년 증권사를 세우고, 1874년 뉴욕 증권 거래소의 회원권을 매입했다. 아버지 라이언 뉴욕시의 대중교통 통합으로 부를 일궜고, 그 과정에서 5천만 달러에 달하는 개인 재산을 모았다. 그는 메트로폴리탄 트랙션 컴퍼니(Metropolitan Traction Company)를 세워 뉴욕시를 가로지르는 도시 철도에서 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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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포춘 라이언)

또한 1898년 유니언 타바코(Union Tobacco Co.)를 세우고, 제임스 듀크(James Duke)와 합병을 통해 아메리칸 타바코(American Tobacco Co.)로 거듭났다. 이후 영국의 임페리얼타바코사(Imperial Tobacco Company)와 합병해 브리티시-아메리칸 타바코(British-American Tobacco Co.)가 되었다. 아버지 라이언은 또한 로열 타이프라이터(Royal Typewriter)도 소유했고 톰슨 기관총 제조업체를 후원했다. 1928년 세상을 떠날 당시 재산은 1억 5,0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며, 당시 미국에서 10번째 부자였다.

아버지 라이언은 아들에게 금융 시장의 모든 것을 가르쳤고, 1905년 아들이 25세가 되자 뉴욕 증권 거래소 회원 자격을 물려주었다. 3년 후, 아들 라이언은 아버지의 소개로 U.S. 스틸의 초대 회장 찰스 M. 슈왑(Charles M. Schwab은 Ryan)과 친구 사이가 되었다.

아들 라이언은 증권사 앨런 A. 라이언 & Co.(Allan A. Ryan & Co.)를 설립했다. 1917년 10월 1일까지 미국이 1차 세계대전 참전을 결정하자 미국 주식 시장은 호황을 누리기 시작했고, 1919년 10월까지 다우 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거의 두 배로 상승했다. 라이언은 거래소에서 대표적인 강세론자 중 하나였고, 공매도 세력의 숏 스퀴즈로 짭짤한 수익을 남겼다.

라이언은 스터츠 모터(Stutz Motor Co.)에도 투자하고 있었다. 1916년 경영권을 장악한 후 대표가 되었다. 이 회사는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었고, 인디애나의 스터츠 모터를 지배하고 있었다. 인디애나폴리스 공장에서 생산되던 스터츠 모터의 비어캣(Bearcat)은 고가의 고성능 로드스터로, 광란의 20년대를 대표하게 되었다. 1920년대 포드의 모델 T 한 대 가격이 500달러였던데 반해, 스터츠의 비어캣은 2,000달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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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츠의 비어캣)

스터츠의 주가도 시장의 강세에 힘입어, 1918년 말 40달러에서 1919년 10월 144.875달러로 상승했다. 1919년 11월 1일 이후, 전후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로 시장은 하락하기 시작하기 시작했지만, 약세장에서도 스터츠의 주가는 강세를 유지했다. 1919년 2월 28일, 다우 지수는 91.31까지 고점 대비 23%나 하락했지만, 약세장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약세 매도의 시작

스터츠의 주가도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라이언은 공매도 세력이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1919년 3월, 스터츠의 주가는 시장의 다른 주식들과 떨어져 홀로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2월 110달러였던 주가는 3월 23일 245달러를 기록하더니, 이튿날 282달러를 찍었고, 3월 마지막 거래일에는 391달러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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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A. 라이언)

스터츠의 다른 주주들은 이익 실현에 나섰지만, 라이언은 계속해서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공매도 세력 역시 결국 스터츠의 주가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을 갖고, 더 많은 주식을 공매도했다. 라이언은 주가를 받치기 위해 수백만 달러를 차입했고, 그달 말이 되자, 스터츠 모터의 거의 유일한 주주는 라이언뿐이었다.

라이언은 사실 유통 주식 전부를 보유하게 되면서, 공매도 세력의 공세를 견뎌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면서 라이언은 계속해서 공매도 세력에게 주식을 빌려주고 있었다. 공매도 세력은 고가로 주식을 되사서 재정적 파탄을 맞거나, 주식을 되사서 갚지 못해 계약 위반으로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다. 1869년 제이 굴드의 금 매점 시도 당시 대니얼 드류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자기 것이 아닌 것을 판 사람은 반드시 되갚거나 감옥에 가야 한다.


수세에 몰린 공매도 세력

스터츠 주식을 빌릴 곳이 라이언뿐이었기 때문에, 누가 빌려 갔는지 잘 알고 있었다. 주로 뉴욕 증권 거래소의 동료 회원들이었다. 그중에서는 거래소 이사회 멤버들도 있었다. 매일 같이 객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이 그의 회사 주식을 공매도하고 있었고, 그를 파산으로 몰고 가려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3월 27일로 마감된 한 주 동안, 스터츠의 주식은 73,900주 거래되었고, 주가는 220달러에서 318달러까지 상승했다. 스터츠의 주가는 3월 29일 329달러, 3월 30일 370달러, 3월 31일 391달러에 마감됐다. 마지막 날의 거래량은 고작 930주에 불과했다. 유통 주식이 바닥났기 때문이었다. 공매도 세력은 분명 라이언의 굳은 결의를 과소평가했던 것이다.

3월 31일 라이언은 거래소 운영 위원회에 불려가 스터츠의 주가 급등을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의 기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정오가 되기 전, 매도 물량이 실질적으로 사라졌고, 거래소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을 만큼 포지션을 구축한 투기꾼들을 보호하기 위해 거래 정지 조치를 취했다. 한 세력은 스터츠의 유통 주식 보다 더 많은 주식을 공매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치로 증권 거래소 회원들은 금지가 풀릴 때까지 더 이상 스터츠의 주식을 거래할 수 없게 되었다.

라이언은 위원회에 공매도 세력과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고, 위원회 위원 중 일부는 공매도 세력과 주당 750달러에 합의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공매도 세력에겐 배가 찢어지는 것만큼 아픈 제안이었다. 라이언은 유통 주식보다 더 많은 주식이 공매도되었고, 자신이 유통 주식 전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라이언은 주당 1,000달러 또는 5,000달러를 요구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공매도 세력은 포지션을 청산할 수밖에 없었고, 스스로를 탓해야 했다. 라이언은 스터츠 주식을 매점했고, 공매도 세력이 매도 공세를 벌인 값을 치르길 바랐다. 노던 퍼시픽의 매점에서 공매도 세력은 해리먼이 정한 가격을 지불했다. 따라서 이번에도 라이언이 가격을 정할 수 있었고, 공매도 세력은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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