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질병과 스트레스 치유를 기원하던, 서울의 숨겨진 문, 광희문(光熙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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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도성의 문은 4대문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제목을 보고 "광화문"을 떠올리셨다면, 아마도 "광희문"은 모르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저도 나름 오랜기간 서울에서만 살았는데도, 얼마 전 한양도성길 트레킹을 하면서 역사적 의미를 알게 된 곳입니다.

조선의 한양도성은 4대문만 있던 것이 아니라 4소문도 있었는데 그 중 "남소문"을 가리켜 "광희문"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위치는 동대문(=흥인지문) 조금 아래 쪽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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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희문의 별칭과 특징


① 수구문(水口門)

광희문은 청계천이 끝나는 곳에 있어, 물의 입구라는 의미의 수구문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② 시구문(屍口門)

죽은 자의 시체를 도성 밖으로 옮길 때는 당시 서소문과 남소문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 중 남소문이 광희문입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었나면, 모든 죽은 자의 원혼이 담겨있는 문이란 것입니다. 온갖 질병을 가졌던 수많은 이들의 시신이 거쳐간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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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지 성문 안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조금 그런 기분도 느껴지게 하네요.

따라서, 질병이 있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들은 당시 성문의 벽돌을 만지거나 그 가루를 조금 주어가서 미신처럼 믿기도 했다고 하네요.


③ 인조가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던 쪽문

그렇게 시신을 운구하던 문이지만, 이를 이용했던 이가 있으니 바로 "인조"입니다.

그는 원래 처음에는 미리 대비해놓은 강화도로 피신하려고 남대문을 나섰으나, 청군이 코 앞까지 왔다는 첩보를 받고 최명길을 보내 적장을 만나게 하고 그 틈을 타 "광희문"을 통해 남한산성까지 무사히 피신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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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 기병 위주의 청군이 강화도로 가는 주요 길목을 이미 점령한 터에, 도성에서 강화도까지 가다 청군에 잡힐 것이라 봤을 정도로, 급박했던 것이지요. 일단 남한산성으로 가서 재정비하여 강화도로 옮겨가 장기 농성전을 펼칠 생각이었습니다. 이때의 상황에 대해서는 따로 또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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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에 대한 면역이 필요하시면, 광희문을 트레킹해보세요


광희문은 한양도성길 흥인지문코스에 속해 있으며 이는 초급코스라 어렵지 않습니다. 주변에 예전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다양한 식당들이 많이 있구요.

시신을 옮기던 문이었기에 역으로 병의 완치를 기원하던 문,

물이 시작되는 곳이었기에 원혼을 정화하던 문,

인조가 남한산성 피신에 사용하였기에 아픔이 있었지만 그만큼 힘든 시기를 극복해나가는 지혜를 가진 측면도 있는 문,

그런 문이 광희문인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분이라면, 혹은 아픈 곳이 있는 분이라면 겸사겸사 광희문 주변길을 트레킹해보시고, 잠시 머리도 식히시고, 광희문을 이룬 돌들도 좀 만져보시는 건 어떨지요?

물론 가벼운 의미로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여행지 정보
● 대한민국 서울특별시 중구 광희동2가 퇴계로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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