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추석특집) 장기(將棋) (2) : "이에야스"의 인내, 확연히 다른 일본 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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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장기 대국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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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① 큰 틀에서 유사했던 한국/중국 장기

전편에서는 한국/중국 장기의 차이점과 배경을 다루었습니다.

9/13일 참고글:
(추석특집) 장기(將棋) (1) : 한국/중국 장기 얼마나 다를까? 주요 차이점과 그 배경

눈에 띄는 차별점들이 있었지만, 역사적으로 유래가 같고 큰 틀에서는 매우 유사한 편이기도 했습니다. 일단 양국 간 장기알 명칭들이 거의 같아서 익히는데 큰 부담이 없지요.

우리 장기를 둘 줄 아는 사람이 중국 장기와 서로 다른 룰을 좀 익힌다면, 금방 중국사람들과 맞붙을 수도 있을 것인데요.


② 확연히 다르고 어려운, 바둑급 게임인 일본 장기(=쇼기)

반면, 일본 장기(=쇼기(将棋,일본어: しょうぎ))는 우리와 참 많이 다르고 훨씬 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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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기판(좌), 일본 쇼기판(우)>

한국/중국 장기보다는 서양의 체스와 닮아 있기도 하고, 독특한 규칙들도 많습니다.

일본 장기는 최근 인기가 급감하고는 있으나, 우리의 바둑처럼 인기가 있었었고, 한때는 스모/가라데와 더불어 국기 취급을 받았었다고 하네요. 한국의 장기 프로들은 일본의 장기 인기를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참고로 바둑의 경우 1970~80년대는 일본이 세계를 호령했고, 그 후 한국이 주도하다가 최근들어 중국이 주도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렇게 된데는 크게 보면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고령화로 인한 바둑인구 감소, 둘째는 젊은층이 PC/모바일 게임 등으로 관심을 돌렸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일본 바둑이 먼저 쇠퇴했고, 그 다음 한국이 그리 되었으며, 머지 않아 중국도 더 쇠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그대로 일본 장기에도 적용되어 7~80년대까지 폭발하던 인기가 크게 떨어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바둑급 인기 정도는 된다고 보이며, 최근 들어 중학생 프로가 9단 고수를 꺾고 우승하는 등으로 인해 다시 젊은 층에도 조금 인기가 확대되고 있다고 전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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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천재 장기 기사. 후지이 소타>

"후지이 소타"라는 학생인데요. 마치 우리로 치면 바둑의 이세돌 씨를 보는 느낌입니다. 바로 후지이 소타와 일본 최고수 9단과의 대국 장면입니다. 바둑이 아니고 장기를 두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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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장기는 말의 이름들도 한국/중국 장기와 많이 다르고 룰도 더 어렵기 때문에, 직접 두시려면 행마룰 공부는 따로 좀 하셔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와 크게 다른 점 위주로만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무한한 인내를 떠올리게 하는 일본 장기(=쇼기)의 재미있는 특징 알아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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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

중국편에 이어 일본편까지 이해한다면, 장기 "타짜" 느낌 좀 나겠지요?

<잠깐 보고 느낀, 단순참고용 일시적 개인 생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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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본 장기의 주요 차이점과 그 배경


아래에서 좌측은 한국식, 우측은 일본의 장기판입니다. 양국 장기판 간의 외형상 차이를 한 번 찾아보시죠. 그리고 아까 보여 드렸던 "후지이 소타"의 대국 장면에서도 차이점을 생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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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기판(좌), 일본 장기판(우)>

일본 장기판이 잘 안 보이실 듯 하니 단독 확대로도 보여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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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찾으셨나요?

그 중 주요한 것 몇 가지 살펴볼께요.

① 각자 4개나 더 많은 말을 사용, 후진 안되는 말도 많아서 무척 인내 필요

한/중 장기, 심지어 체스도 각자 16개의 말로 대국을 합니다. 그런데, 일본 장기는 각 20개의 말로 출발합니다. 말이 4개씩이나 더 많다는 것은 경우의 수 측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내겠지요.

경기에서 둘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게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후진이 안되는 말도 많습니다.

따라서 한/중의 장기처럼 초반부터 중원에서 치고받고 빨리 승부가 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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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 초반의 모습>

빡빡하지요?

자신의 진지를 튼튼히 한 뒤 차분하게 한 발씩, 중원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보통 대국 시작 후 자신의 왕을 한쪽 구석으로 몰고 두텁게 보호막을 쌓고 움직이게 됩니다.

히데요시의 죽음 후 일본을 통일하여 에도 시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6살~18살의 어린시절은 슨푸성(=현 시즈오카 시)에서 인질로 살았고, 그 후에도 히데요시에 맞서지 않으면서 교토에서 먼 도쿄 지역에서 서서히 힘을 길렀지요.

"새를 울게 하려면, 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라고 말했다는 설도 전해질 정도이지요.

서서히 힘을 기르면서, 결정적 순간에 한 번 내딛어서 일본을 차지한 것이고, 그때 그의 나이는 환갑을 넘었습니다.

웬지 일본의 장기를 보면 그런 인내를 요구하는 느낌이 좀 듭니다.

참고로 20개 말의 구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왕장(王將) 1개, 반대편은 옥장(玉將) 1개
금장(金將) 2개, 은장(銀將) 2개
비차(飛車) 1개, 각행(角行) 1개
계마(桂馬) 2개, 향차(香車) 2개
보병(步兵) 9개

모든 말들이 2글자로 만들어져 있고 외자인 우리말들의 이름과 확연히 달라 좀 낯설게 느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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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다시피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각행(角行), 우리의 "차"와 같은 "비차(飛車)"가 있고, 직진만 가능한 "향차(香車)"도 있는 등 행마가 다소 복잡합니다. 직접 두시려면, 이 부분 별도 숙지가 필요합니다.


② 무릎을 꿇고 둬야 하기에, 실력 뿐 아니라 무한 체력 필요

두뇌 싸움에 은근 체력이 많이 소비되는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단순히 장기말이 훨씬 많아 복잡해서만은 아닙니다.

심지어 정식 대국은 무릎을 꿇고 둬야 하는 룰이 있습니다.

노인들이 불리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국장면 보시면 노인이든 중학생이든 무릎을 꿇으며, 심지어 대국을 진행하는 사람들도 무릎을 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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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기사들도 예외 없습니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제 풀에 지치겠지요.

양반다리를 즐겨하는 한국/중국 사람들이 이 대국에 참여하기에 아마도 큰 제약이 될 것도 같네요.

"이에야스"의 인내와 끈기를 더욱 떠올리게 하고, 한편으로는 음식 주문이나 다다미방 생활에서 무릎을 자주 꿇는 일본인들의 삶이 반영되어 있는 듯 합니다.


③ 잡은 상대의 말도 자신이 재사용 가능

말이 20개씩이나 되고, 무릎도 꿇고 둬야 하는데, 잡은 말을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놓고 재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즉, 포로를 자신의 병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이러니 정말 경우의 수가 더욱 많아지고 두뇌 싸움이 엄청나게 많아질 수 밖에요.

무한한 "인내"의 경기이며,그 와중에 가끔은 빠르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만 승부를 낼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일본 장기도 "빅장"과 "한 수 쉬기"는 없습니다. 이는 신기하게도 중국 장기에도 없기에, 한국 장기에만 있는 특이한 룰입니다. 한국만 "빅장"과 "한 수 쉬기"가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 포스팅에서 알려 드렸습니다.


④ 한/중과 달리 일본은 "궁성"이 없어 "왕"도 나가 싸울 수 있음

따로 궁성(=왕궁)이 없고, 같은 전장에 있는 셈이군요. 이것은 체스도 마찬가지인데요.

궁성이 없기에 왕도 기사들도 상대진영 끝까지 치고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큰 차이지요? 한/중 전투에서 "왕"은 주로 궁성 안에 있었던 반면, 일본이나 서양의 전투에서는 "왕"도 직접 전투에 참여하는 경우가 대체로 많았다는 반증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왕권이 상대적으로 강하지 못했다는 측면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지요.

메이지유신 직전까지도 왕권이 상대적으로 약해 지방다이묘들의 성들을 계속 축소시키는 한편, 그들로 하여금 도쿄(에도) 주변의 성 축조 및 강화에 필요한 돌을 실어나르도록 하여 힘 기를 틈도 주지 않았던, 그들의 역사가 작용했을려나요?

좋게보면 왕 혹은 귀족들도 전시에 의무를 다했다는 측면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일본은 왕과 귀족층에 원망이 많은 우리와 달리, 수백년 간 지역을 지켜 온 가문들에 대해 아직도 치켜세워주는 지역민들이 많지요. "노블레스 오블리주(프랑스어: noblesse oblige)"를 중시하고, 지역민들에게 인정받고 있기에 의원내각제가 가능한 것일 겁니다. 다른 국가들도 의회가 강한 국가일수록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중시된 사회임을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한/중 장기말들은 선의 교차점 위에 놓지만, 체스나 일본 장기말들은 선 안의 면 안에 위치하는 특징이 있기도 합니다.


⑤ 거의 모든 말들이 승격 가능

승격(=Promotion)은 말들이 적진 3개 라인 안에 들어갔을 경우,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원래 움직임에 더해, 우리로 치면 대략 사(士)의 움직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왕과 금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승격이 가능합니다. 체스의 경우에는 폰(Pawn)이라는 장기의 "졸병"에 해당하는 말만 승격이 가능하지요.

승격이 된 말은 뒤집어서 승격되었음을 표시하며, 뒷면에는 승격된 명칭으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보병들 간의 백병전 위주의 전술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심지어 수군조차도 일단 상대진영의 배와 붙인 뒤 갑판으로 넘어가서 칼로 백병전을 벌이는 전술을 주로 썼었다고 합니다.

우리 장기로 치면 "마(馬)"든, "상(象)"이든 적진 안에 들어가면 타고 온 말이나 코끼리도 다 내려놓고 "사(士)"의 움직임처럼 1칸씩도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혹은 백병전 현장에서는 움직일 공간이 좁아지므로 자신의 본래 움직임 이외에 한 칸씩도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도 싶어지네요.

다른 측면으로 보면 전장에 들어가서 싸우고 공을 세우는 이는 신분과 계급에 상관없이 승진할 수 있다는 그런 의미도 보이는 것 같습니다.

체스보다도 승격에 관해서는 훨씬 열려있는 모습입니다.


⑥ "포"와 "상"이 없고, "마"가 다소 강함

일본은 상대적으로 "포"의 발달이 더뎠었지요. 이러한 점들은 빠른 개항의 촉매제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서양의 개항 요구선들의 포격 수준을 보고 꼬리를 내리게 된 측면이 있었지요. 임진왜란 때 일본 수군의 폭망 이면에는 기동성만 높이고 약했던 그들의 배도 문제였지만, "포"도 약해서 전면전 위주의 전술을 펼치려했는데 안 통했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압니다.

장기에도 "포"가 없군요. 코끼리인 "상"도 한/중과 달리 일본으로는 전파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일본 장기의 "마"는 우리와 움직임이 같으면서도, 중간에 상대 말이 있더라도 뛰어 넘을 수 있습니다. "마"가 좀 강하네요.


⑦ 일본 장기알은 칼 끝 모양

한국은 "팔각형", 중국은 "원형"이었지만, 일본 장기알은 위로 날카로운 특이한 모양새이죠.

사무라이의 날카로운 칼끝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이 모양은 일본의 신사, 절, 교통 티켓 등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디자인이기도 합니다.

인내와 체력을 요하는 게임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서로 칼을 겨누는 모습임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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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기억해 두신다면, 룰을 따로 익히실 경우 어렵지만 일본 장기도 두실 수 있으실 겁니다.

일본 장기는 우리와 많이 달라 저도 정리가 좀 어려운데요.

분명한 것은, 왕권이 덜 강하고 유교가 지배했던 국가도 아니었던 일본이기에, 장기 역시 한국/중국과 매우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인 생각일 뿐이지만,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오랜 인내와 가끔 있는 과감한 결단, 그리고 사무라이의 날카로운 칼끝 같은 장기알 모양을 일본 장기와 연관지어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편한 시간 보내세요.


선행하는 글

9/13일 참고글:
(추석특집) 장기(將棋) (1) : 한국/중국 장기 얼마나 다를까? 주요 차이점과 그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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