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도전과 변화의 리더십 : 카이사르 (5)

□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 도전과 변화의 리더십 : 카이사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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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카이사르도 돌려막기를 위해 크라수스로부터 긴급대출을 받았다.


법무관 임기를 마친 카이사르는 이베리아 총독에 발령을 받았다. 그러나 채권자들이 돈을 다 갚기 전에는 단 한 발짝도 로마를 벗어날 수 없다며 앞길을 가로막았다. 뻔뻔하기로는 로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카이사르조차도 감수하기 어려운 굴욕이자 망신이었다. 카이사르는 체면이고 염치고 아랑곳하지 않은 채 크라수스를 찾아갔다.

크라수스는 당대 제일의 갑부였다. 크라수스 역시 카이사르를 필요로 했다. 그에게는 없는 요소인 힘과 열정이 카이사르에게는 있었고, 카이사르의 힘과 열정이 있어야만 크라수스는 폼페이우스와 대등한 위치에서 정치적으로 경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크라수스가 830탈란톤에 달하는 채무의 지급을 보증해준 뒤에야 카이사르는 임지로 출발할 수가 있었다.

빚쟁이들에 시달리고, 크라수스에게 굽실거리는 이 곤혹스러운 지경에서도 카이사르의 권력의지는 조금도 약해지지 않았다. 그는 알프스를 지나다 이민족들이 살고 있는 어느 작은 마을을 보고선 “로마에서 2인자로 만족하느니 차라리 여기에서 1인자로 살겠다”고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베리아에 부임한 카이사르가 하루는 깊은 밤까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생애와 업적을 기록한 역사책을 읽고 있었다. 그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자 놀란 부하들이 이유를 물었다. 카이사르는 “지금의 내 나이에 알렉산드로스는 수많은 나라와 민족들을 정복했건만 나는 아직까지 변변한 승리 하나 거두지 못했네”라며 장탄식을 했다.

카이사르는 이베리아 반도에서 1인자처럼 행동했다. 그는 아직 로마의 세력권에 편입되지 않았던 지역을 모두 복속시켰다. 정복을 마친 뒤에는 갈등 중재에 나서 도시들 사이의 분란을 잠재우고, 채무자와 채권자 간의 관계가 원수지간으로 악화되지 않도록 막았다. 그는 채무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부채의 상환방법을 조정했는데 이 일로 카이사르는 큰 신망을 얻었다.

임기를 마치고 로마로 돌아갈 무렵에는 카이사르도, 카이사르의 부하들도 한몫 단단히 챙긴 터였다. 그는 가렴주구를 자행하지 않고도 자기 지갑을 두둑이 채운 흔치 않은 지방관으로 기록되었다. 보스 덕분에 부유해진 병사들은 그에게 임페라토르라는 칭호를 바쳤다.

금의환향을 기대한 카이사르가 정작 맞부딪친 건 새로운 딜레마였다. 그는 개선행진도 하고 싶었고, 집정관 선거에도 나가고 싶었다. 카이사르는 개선행진을 하길 바라는 인물은 집정관 선거가 치러지는 동안은 시외에 머물러야만 한다는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관행을 이번만큼은 적용하지 말아줄 것을 원로원에 청원했으나 카토의 노련한 의시진행방해(Filibuster)에 가로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인간은 아니었다. 시내에서의 개선행진을 포기한 카이사르는 더 큰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공작에 즉각 착수했다. 그 야심이란 카토가 일찌감치 꿰뚫어본 바처럼 로마의 정치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집정관 당선은 이를 위한 사전 포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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