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추석특집) 장기(將棋) (1) : 한국/중국 장기 얼마나 다를까? 주요 차이점과 그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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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장기는 가끔 즐겁게 두었을 뿐 아무 생각 없었는데, 우연히 여행 중 주요국들의 장기판이 다른 점을 보고 조금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스팀을 하니 이런 재미가 있네요.

우선 똑같을 것만 같은 중국 장기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그것도 은근히 차이가 좀 납니다.

한국/중국 장기의 주요 차이점 및 그 배경 간단히 생각해 볼께요. 외형적인 것 먼저 보고, 규칙적인 면도 보겠습니다.

명절에 아는 척 조금 하기에도 좋겠지요?

<일시적 개인 생각일 뿐이니 단순 참고만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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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 장기의 주요 차이점과 그 배경


1) 외형적 차이

아래에서 좌측은 한국식, 우측은 중국식 장기판입니다. 일단 양국 장기판 간의 외형상 차이를 한 번 찾아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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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기판(좌), 중국 장기판(우)>






좀 찾으셨나요?

차이점을 1~2개라도 발견하셨다면 장기 좀 아시는 분 같고,

3개 이상 알아내셨다면 눈썰미까지 겸비한 분이실 거에요.

그 중 주요한 것 몇 가지 살펴볼께요.

① 중국은 강이 있음(=초한경계)

장기판 중앙을 보시면 중국 것에는 선이 비어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항우의 초와 유방의 한이 대치하던 강(River)을 뜻합니다. 이는 초한경계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그런데 한국으로 전해지면서는 강이 사라졌습니다.

우리 지형은 산 위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강을 놓고 대치하던 초한지의 스토리는 우리에게 의미없기 때문이겠죠.


② 중국에는 정작 "한(韓)"과 "초(楚)"가 없음

잘 보시면 중국 장기알에는 정작 "한(韓)"과 "초(楚)"가 없고, "장(將)"과 "수(帥)"가 있습니다.

"왕"은 없고, "장수"만 있는 셈인데요.

아무리 재미로 두는 거라지만, 일국의 "왕"을 죽이네 살리네 하는 것이 탐탁치 않았기에 "장수"로 격하시켰다는 논리가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간접적으로 "왕"의 권위적 질서가 느껴지네요.

※ 우리는 정작 남의 나라 "왕"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즐겁게 장군멍군 게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우리가 얼마나 중국의 영향 하에 있었는지를 짐작케 하는 씁슬함이 생기는군요.


③ 중국의 장기알은 모두 크기가 동일

재미있는 사실이지요? 중국 장기판에는 "왕"은 없지만, "장수"나 "차, 포, 마, 상, 졸병" 모두 알의 크기가 같습니다.

"왕" 을 제외하고는 사실 그밥에 그나물이었거나, 겉으로만 평등을 부르짖는 중국의 현재 모습과 살짝 겹쳐지네요.

반면 우리는 확실하게 크기가 구분되어 있죠. 졸병과 사가 제일 작고, 차/포/마/상이 중간이며, 왕이 가장 큽니다. 계급/위계 사회임을 떠올리게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④ 중국 장기알은 원형, 한국은 팔각형

우리는 전통적으로 "팔괘"사상이 있었죠. 조선의 국기를 살펴보면 딱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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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원을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달, 여의주 등이 원형이기도 하구요.


⑤ 한국은 "한"이 붉은 색이나, 중국은 "수"가 붉은 색임

일반적으로 한국은 장기를 시작할 때 "초"를 잡는 사람이 먼저 두고 붉은 색의 "한"을 잡는 사람은(=주로 연장자나 고수) 늦게 두지요.

하지만 중국 장기에서는 우리의 "초"에 해당하는 "수"가 붉은 색이며, 붉은 색의 "수"를 잡는 사람이 먼저 둡니다.


이 외에도 한국은 시작 시에 "왕"이 한 칸 나와 있지만, 중국은 맨 아래줄에 함께 위치하는 점,

잘 안 보이지만 한국은 대체로 가로줄이 더 길다는 점(중국은 동일)

한국은 장기알 양면에 글자를 새기지만 중국은 한쪽만 새기는 점 등이 외형상 다릅니다.(이 부분은 우리가 좀 더 실용적이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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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규칙적 측면


① "빅장"은 한국만 있고, 중국은 "빅장"걸면 패함

한국에는 "왕"이 상대 "왕"을 직접 바라보는 수를 둘 수 있지요. 이것을 소위 "빅장"이라고 하는데요. 상대가 받아주면 비긴 게임이 되버리는데, 안 받아 줄거 알면서도 두는 경우가 왕왕 있지요.

하지만 중국 장기에는 "빅장"이 없습니다. "장"과 "수"간에 직접 서로를 바라보는 수를 둘 수가 없습니다. "빅장"을 둔 경우, 상대 "장수"가 본인의 "장수"를 잡을 수 있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패하는 것이죠.

※ 이 부분은 침략이 잦았던 한국의 입장에서는 보통 침략자를 우리 국토에서 밀어내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비기기만 해도 이긴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어느 정도 논리가 있어 보입니다.

비겨도 이긴 거라는 다소 어색한 인식, 물론 좋게보면 끝까지 버티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게임에서 승패를 가리려 하지, 비기려고 하지는 않는 편이죠.


② 한국만 "한 수 쉬기"가 가능

우리는 딱히 둘 곳이 보이지 않으면 한 수 쉬면서 건너뛸 수가 있지요.

하지만 중국은 자기 차례에서는 무조건 말을 옮겨야 하며 생략할 수 없습니다.

움직일 곳이 전혀 없어서 자신의 차례에 수를 못 두는 경우 바로 패배합니다.

한국 장기에만 질질 끌면서 꼼짝 못하는 최후에도 버텨티 보기가 가능한 셈입니다.

※ 이것도 비겨도 이긴 거라는 인식, 좋게보면 쉽게 포기 안하는 마음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③ 한국은 "상"이 무척 다이나믹하지만, 중국에서는 방어용 기물일 뿐

한국의 "상"은 3칸*2칸 단위 즉, 용(用) 글자 형태로 움직일 수 있고 상대 진영 공격도 가능하지만,

중국의 "상"은 2칸*2칸 단위 즉, 전(田) 글자 형태로 움직일 수 있고 강을 건널 수 없는 방어용 기물일 뿐입니다.

사실 "상(象)"은 코끼리를 뜻하지요. 이점을 보면 한국/중국 장기의 유래가 인도 지방에서 왔다는 의견이 설득력 있어 보이고, 코끼리가 공격용 부대는 아니었겠지요.

국내에 전래되면서 좀 더 다이나믹하게 변경된 것으로 보여지네요.


④ 한국의 "상"과 "마"는 시작부터 다르게 놓을 수 있으나 중국은 단일 고정

우리는 시작 전에 오른상(마상마상), 왼상(상마상마), 안상(마상상마), 바깥상(상마마상) 이렇게 다양하게 놓고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변수가 생겨 다이나믹해집니다. 거기다가 "상"으로 공격도 가능하지요.

하지만 중국은 무조건 "마상상마" 고정입니다. 거기다 "상"은 방어용 기물이었지요.

이렇게 "상"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한국 장기가 더 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단, 코끼리가 왜 공격의 선봉에 서게 되었는지는 의문도 좀 드네요.


⑤ 왕궁(=궁성) 안에서 모든 말이 대각선 이동 가능, 중국은 "사(士)"만 가능

우리는 왕궁 안에 들어온 모든 말들이 대각선 이동이 되지만, 중국은 왕을 보호하는 책임이 있는 "사"만 그렇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중국 장기가 좀 더 "왕"(실제로는 "장" 혹은 "수")을 잡기 어렵겠지요?


⑥ 한국 "포"는 다른 말을 넘는 방식 이동만 가능하나, 중국 "포"는 "차"처럼 다닐 수 있음

한국 "포"는 다른 말을 넘는 방식 이동만 되고 "포"가 "포"를 잡을 수도 없지만,

중국 "포"는 "차"처럼 자유롭게 직선 단독 이동이 가능한데다, 상대 "포"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좀 더 "포"를 전쟁에서 많이 활용하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네요.

한국 장기는 "상"으로 다이나믹해졌다면, 중국 장기는 "포"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⑦ 한국의 "졸"은 언제나 전진 및 좌우 이동이 가능하지만, 중국의 "졸"은 강을 건널 때까지는 전진만 가능하고 그 후에만 좌우 이동도 가능


⑧ 한국 "왕"은 대각선 이동 가능, 중국은 불가능

재미있는 차이점이죠. 우리 장기에서의 "왕"이 중국보다 조금은 더 유연한 측면이 있는 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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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기억해 두신다면, 중국 사람들과도 장기를 둘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은근 차이점이 많긴 하나, 사실상 한/중 장기는 역사적 특성상 한 몸이나 다름없었고, 그렇기에 유사점도 가장 많은 편이기에 그리 어렵지 않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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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보다도 더 오래된, 약 2,200여년 전의 이야기인 초한지의 내용을 가지고 여전히 두고 있는 한국의 장기,

그저 즐기기만 했던 전통놀이 장기였지만, 한국 장기판에 꼭 "한"과 "초"라는 표기가 된 말들이 있어야 할지, 그렇게 된 역사적 무게에 대해 살짝 생각해 보게도 되네요.

편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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