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기묘한 거인의 최후

1976년 9월 9일 묘한 거인의 최후

‘중국’이라는 단어가 고개를 스칠 때 가끔 모골이 송연할 때가 있다. 우리 한반도 머리맡부터 왕년의 천축국 국경까지 뻗었고 북으로는 러시아와 남으로는 동남아시아와 붙어 있는 저 광대한 땅덩어리와 15억 인구와 그 힘을 생각하면 남북한 합쳐야 인구 8천만에 턱걸이도 못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영토면에서만 보면 지금 중국은 원나라나 청나라의 전성기 때에만 미치지 못할 뿐, 어느 왕조에 비해도 꿀리지 않는다.

그러나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중국은 거대한 환자였다. 나폴레옹이 “잠자는 사자”라고 불렀던 위대한 나라는 “잠자는 돼지”가 되어 열강들의 포크와 나이프질에 정신없이 썰려 나갔다. 250년 청나라 왕조가 멸망한 후 누가 중국의 주인이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조선에 오래 나와 있으면서 총독 노릇을 했던 위안 스카이가 “나도 황제가 되련다.”고 나대기도 했고 손문은 삼민주의를 내세우며 혁명을 꿈꿨지만 그들을 시원찮게 보며 자신의 지방에서 무력을 기르던 군벌들은 밤하늘의 별처럼 많았다. 결국 그 모든 것을 정리한 대전(大戰)이 중국의 붉은 별 마오 쩌뚱과 불굴의 사나이 장졔스의 대결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모택동은 중국 대륙의 지배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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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중국 공산당원으로서 봉기에 참여하고 연안까지의 대장정을 지휘하고 끝내 장제스를 대만 섬으로 쫓아내기까지의 모택동은 중국 역사상 존경받는 역사적 인물들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위인이다. 시골 촌 사람으로 몸을 일으켜 천하를 쥔 것은 유방과 같고 깡패와 도둑떼의 중간 단계였던 다른 군벌들의 군대와 달리 민폐를 끼치면 사형으로 다스린 엄격함은 송나라 때 악비와 같으며 그 스스로 뛰어난 것도 있었으나 휘하 부하들을 잘 부리고 그로부터 충성을 획득한 것은 유비와 비슷하고 풍찬노숙하며 군대를 이끌고 그때 그때 맞는 전술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은 천책상장 (天策上將) 당 태종 이세민에 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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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권을 잡은 후 중국을 이끌던 그의 모습은 또 다른 모습들이 얽혀 있었다. 자신의 천하를 완성하기 위해 고구려 원정을 통해 수십만을 죽여버린 수양제와 대약진 운동을 펼치며 수백만을 굶겨 죽인 마오는 닮은 구석이 많고 “백화제방”을 선포하여 “네 맘대로 말해 봐라.”고 한 뒤 엉뚱한 말들이 튀어나오자 싹쓸이를 해 버리는 실력은, 의심 많기로는 중국 역사에서 내로라 할 명나라 홍무제 주원장을 능가한다. 그리고 혁명의 동지들을 숱하게 숙청해 버리는 손속은 토사구팽의 원조 유방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문화혁명 당시의 모택동은..... 나의 아둔함 탓에 누구와 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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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이면서 황제였고 공산주의자이면서 절대군주였던 그는 ‘진격의 거인’ 같았다. 혁명 성공 1년만에 중국군을 한국에 투입하여 세계 최강 미국과 맞장을 뜨는가 하면 산산이 갈라지고 피폐한 중국이라는 나라를 추스르고 일으켜 세웠다. 50, 60년대 초반 중국의 GNP는 북한보다는 낮았지만 남한보다는 높았다고 한다. 등소평이 그의 공을 공 7 과 3으로 평가했던만큼 그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초석을 다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로 거인의 행보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 ‘진격의 거인’처럼 너무나 많은 사람을 잡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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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 한 농민이 “마오 주석님. 참새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가 없어요.”라고 탄원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살펴 보자. 이 농민의 간절한(?) 청원을 받아들인 마오는 참새를 가리키며 “저 새는 해로운 새다.”를 선언했고 1958년 4월 19일 마침내 참새들의 피의 4.19(?)가 시작됐다. 소탕 첫날 8만 마리가 땅에 떨어졌고 소탕 작전은 중국 전역으로 확대됐다. 그 해에만 2억 마리의 참새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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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새들이 먹어치운 곡식은 무사했는지 모르겠는데 문제는 참새가 잡아먹어야 할 해충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이었다. 해충들이 정신없이 배를 채우는 가운데 1959년 중국은 유례없는 대흉년을 맞고 이후 자연재해까지 이어지면서 공식적으로 천만 명, 추정치 4천만명이 굶어죽는다. 죽어버린 참새들을 복구할 수 없었던 중국은 소련 정부에게 사정해 참새 20만 마리를 긴급 공수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쯤 되면 진격의 거인도 형님을 하며 그 뒷덜미를 스스로 따 버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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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만큼이나 이해하기 어렵고 중국만큼이나 복잡하고 중국만큼이나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중국만큼이나 위대하고 중국만큼이나 잔인했던 (중국 역사에서 수천만 명이 단시간에 사라진 예는 흔하다. 태평천국의 난 때에는 1억명쯤 죽었다는 설도 있으니) 한 거인이 1976년 9월 9일 죽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의 시신은 미라가 되어 천안문 광장에 놓여 있다. 그가 죽었을 때 여러 애도사와 저주와 원망과 숭배가 뒤따랐겠지만 나는 그의 기일에 그와 동갑이었으며 한때 한국 공산주의 운동의 맹장이었으나 평생을 초야에 묻혀 살다 간 김철수의 만사를 덧붙인다.

“ 나이도 같고 뜻도 같은 시기에 일어나니 비바람 몰아치던 그 당년에 의기있는 남아였네. ...... 죽음에 이르서서도 천하를 근심하던 그대 부럽고 오늘은 온전한 몸으로 남아 있는 내가 부끄럽네.”

그가 천하를 근심했던 것은 분명하다. 또한 천하가 그 때문에 근심했던 것도 분명하다. 천하를 이룬 것도 맞다. 그러나 그 천하를 이루기 위한 희생은 너무나 컸다. 그런 거인이 1976년 9월 9일에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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