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제로니모의 최후

1886년 9월 4일 전설의 끝

1886년 9월 4일 한 미군 장교와 그를 돕는 인디언 두 명이 한 늙은 인디언과 악수를 나누었다. 늙은 인디언은 무력해 보였고 목소리에는 윤기가 없었다. 그는 미군 장교에게 간절한 어조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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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당신의 충고를 바라오. 당신 스스로 백인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우리 일원이라고 생각해 주시오. 오늘 이런 형편에서 당신이 우리 아파치의 하나라면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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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미군 장교가 대답했다. “나라면 마일스 장군을 믿고 항복할 겁니다.” 늙은 인디언은 힘없이 돌아섰다. 늙은 인디언의 인디언식 이름은 고야슬레이, ‘하품하는 자’였고 미국인들과 멕시코인들이 그를 부르는 이름은 “제로니모”였다. 수십 년 미국과 멕시코 정착민들과 그 군대들에 맞서 싸웠던 아파치의 전설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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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니모.jpg

제로니모는 카톨릭 성인의 이름이다.인디언에게 이 이름이 붙은 데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성 제로니모의 축일에 멕시코 군대를 격파한 적이 있어서 그렇다는 설, 인디언들이 제로니모 숭배가 퍼져 있던 지역의 백인들을 공격하는 중 토마호크 도끼를 휘두르며 “제로니모”를 외쳤다는 설 등. 그가 항쟁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1858년 3월 멕시코 군대가 그의 부족을 습격하여 주민들을 학살한 뒤다. 아내와 아이를 잃은 제로니모는 이렇게 절규한다. “우리도 그대로 갚아 줘야 합니다. 내가 앞장설 테니 내 뒤만 따라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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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동하면서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부족의 전통에 익숙했고, 주술사로서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능력으로 심리전도 펼쳤다. 또 미국과 멕시코 두 나라의 군대에 소규모 결사대로 맞서면서 큰 전과를 올렸다. 그 악명(?)이 얼마나 드높았던지 백인 아이들은 ‘제로니모’가 온다면 울음을 그칠 정도였다.

미국 정부는 항상 인디언들에게 새로운 땅을 제시해 왔다. 즉 백인 정착민들과 싸우지 말고 인디언들을 위한 ‘보호구역’으로 옮겨 가라고 요구해 왔던 것. 그러나 그것은 한 인디언이 이렇게 갈파한 것처럼, 백인들의 탐욕과 악의를 포장한 것에 불과했다. “백인들은 수많은 약속을 했다. 그 중에 지켜진 것은 하나다. 우리 땅을 빼앗겠다고 약속했고, 그들은 그것을 지켰다.”

제로니모가 속한 부족도 산 카를로스 산이라는곳으로 옮겨졌다. 이 지역은 “비가 하도 오지 않아 오기만 하면 대단한 행사인 곳이었고 섭씨 45도가 선선하게 느껴지며, 1년 내내 파리부터 각다귀까지 다양한 해충들이 수백만 단위로 몰려드는” 곳이었다. 자유로운 유목민으로 살던 아파치들에게는 글자 그대로의 사지(死地)였다. 제로니모는 이곳으로 가기를 거부하고 게릴라전을 펼치면서 동족들을 설득했고 1881년 아파치족은 최대 규모의 봉기를 일으키게 된다.

처절한 싸움이었다. 부족민들이 은신하고 있던 곳으로 미국 기병대가 접근했을 때 제로니모는 무섭지만 슬픈 명령을 내린다. “칭얼거리는 아이들을 모두 죽여라.” 자신의 2세들을 죽여 가며 싸웠던 제로니모의 운은 마침내 1886년 9월 4일 다하고 만다. 그를 포함해 30여명의 인디언 집단을 소탕하기 위해 미합중국 육군 병력의 1/3이 출동했고 제로니모는 항복한 것이다.

제로니모와 그를 따른 아파치들은 플로리다의 군 요새에 갇혔다. 덥고 습기찬 그곳에서 대부분의 아파치가 결핵으로 죽어갔다. 미군을 도와 제로니모를 발견하고 체포하는 데 공을 세웠던 두 명의 아파치도 약속한 열 마리 말을 받기는 커녕 플로리다에 끌려가는 신세가 됐고, 인디언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떼어내서 펜실바니아의 인디언 학교로 보냈는데 거기서 50명의 아이들이 죽어 나갔다.

제로니모의 말년은 비참했다. 원래 교수형이 틀림없어 보였으나 아파치 전체의 봉기를 두려워했던 까닭인지 미국 정부는 교수형 대신 이 영웅을 서서히, 그러나 비참하게 죽이는 방법을 택한다. 제로니모는 절망감 속에 술에 젖어들었고, 1898년에 열린 국제박람회에는 살아있는 전시물로 전시되는 처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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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치욕스런 현장에서 그는 자신이 만든 활과 토마호크 도끼, 목제 공예품을 팔았고 그 돈으로 술을 사서 마셨다. 미국과 멕시코 양국의 국경지대를 누비며 자유를 위해 싸우던 인디언 전사이자 주술사는 알콜중독자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몇 년 전 빈 라덴 암살 작전을 돌이킨다. 2천7백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려 있던 오사마 빈 라덴의 은신처를 기습한 미군 특수부대는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인도양에 수장시켜 버렸다. 그 작전명이 제로니모였다. 왜 작전명이 ‘제로니모’였을까. 이 때문에 인디언 커뮤니티가 잠시 시끄러웠다고 들었다. 이유는 알 길이 없지만, 추측컨대 제로니모로 대변되는 인디언이라는 골칫거리가 사라졌던 것처럼, 빈 라덴으로 대변되는 현대 미국의 우환이 종식되기를 바라는 제국의 꿍심이 아니었을까.N'하품하는 자' 고야슬레이 겸 제로니모는 저승에서 맞은 빈 라덴에게 무슨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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