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돈이 사악해지기까지 | 일렉트럼 : Elect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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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터키가 자리하고 있는 반도의 이름은 아나톨리아 반도이다.
이 아나톨리아 반도를 거점으로 삼아 많은 국가들이 인류의 역사에 큰 획을 그어왔다. 아카드, 아시리아, 히타이트, 아르메니아, 비잔틴, 셀주크 투르크 그리고 오스만 제국. 지도 상에서 아나톨리아 반도를 찾자면 웬만큼 축척을 확대하지 않는 이상 이스탄불과 서로 맞닿은 것처럼 보인다. 그만큼 아나톨리아는 아시아와 유럽의 최전선이 맞닿은 곳으로서 그 지리적 특성은 고대 시대부터 적어도 1/3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인류의 역사를 쥐고 흔들었다.



아나톨리아 반도 남쪽에는 지중해에서 3번째로 큰 섬 키프로스가 자리한다.
이곳에는 기원전 10,000년 경부터 인류가 거주했는데, 기원전 2,400년경에 아나톨리아 반도에서 사람들이 건너오면서 청동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청동기 시대 이래로 키프로스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유럽과 오리엔트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미케네-그리스인들이 건너온 후 다른 그리스 지역의 사람들도 몰려들면서 번성하기 시작한 키프로스에는 이후 페니키아인들도 건너와 식민도시를 건설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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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집트의 지배를 받았던 이 섬은 곧 아시리아의 지배를 받았고, 그 후에는 페르시아에 복속되었다가 이어서 알렉산드로스의 수중에 넘어간다. 알렉산드로스 사후 다시 이집트의 수중으로 넘어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통치를 받더니 로마가 지중해의 패자로 떠오른 시기에는 로마 제국에 흡수되었다. 키프로스는 지중해 역사의 격변을 온몸으로 받아낸 섬이다.



키프로스 정복자의 변천사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중해 동부와 오리엔트 지역의 패자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키프로스의 주인이 계속 바뀌었다는 것인데, 관점을 달리하면 키프로스를 손에 넣는 자가 지중해 동부와 오리엔트 지역의 패자로 떠오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볼 수도 있다.



중세로 넘어가는 시점에서도 키프로스의 주인은 비잔틴 제국에서 셀주크 투르크로 바뀌었고, 3차 십자군 원정 당시에는 영국 왕 리처드 1세가 섬을 탈환하였다. 이후의 시기에는 베네치아 공화국이 섬을 통치한다. 비잔틴 제국은 동서양 중개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고, 잠시 잠깐 성지 탈환에 성공했던 십자군 원정으로 인해 싹이 말라가던 중세 유럽의 무역이 기사회생했다. 그리고 베네치아 공화국은 명실상부 중세 유럽의 경제 패권을 차지했었다.



바빌로니아 왕과 이집트의 파라오가 점토판으로 된 편지를 주고받던 시기에서 갑자기 베네치아 공화국까지 3천 년의 시간 테잎을 빠르게 감으며 글을 이어가게 된 이유는 그만큼 무역에 있어 아나톨리아 반도와 키프로스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두 곳을 중심으로 3천 년 동안 이어진 지중해 세계와 오리엔트-메소포타미아 지역 사이의 무역이 화폐의 역사에 결정적인 변화를 가져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복잡하다.
유프라테스 강의 하류 지역에 속하는 우바이드, 우르크 지역에서는 수메르 인들이 도시를 형성하여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유프라테스 강의 중류 지역에는 셈족이 있어 훗날 아카드 제국을 일으켰고, 오늘날 이란 지역에 속하는 동쪽에서는 안샨을 중심으로 엘람 제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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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주변 인더스 문명의 도시들과도 해로로 상거래를 행하며 일찍부터 무역에 나섰다. 셈족의 아카드 제국이 수메르인들의 도시들을 정복하여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통합하고, 서쪽으로는 지중해 연안까지 다스리게 되자, 인더스 문명뿐만이 아니라 에게해 문화권과 더불어 이집트와도 교역이 성행하게 됐다. 명실상부 국제 교역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자연스레 간편한 교환 수단에 대한 고민이 존재했고, 기원전 2350년 경부터는 이미 할 이라는 나선형의 칭량화폐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할은 휴대가 가능하고 필요한 만큼 잘라서 사용 가능한 화폐였다고 전해진다.



이 지역의 문명이 점점 고도화되면서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시대에 이르러서는 이자의 상한으로써 은은 20%, 보리는 33.33% 로 규정한 대부업도 등장하며 금융의 개념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당시로서는 눈부시게 발전하던 메소포타미아의 무역과 금융에 있어 아나톨리아 반도는 금과 은의 실물 공급원 및 육상 교역로로서 중요성이 컸고, 키프로스 섬은 지중해 무역의 주도권을 쥐기 위하여 중요했다.



그리스 신화에 손대는 모든 것이 금으로 변해버리는 미다스 왕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미다스 왕은 팩톨러스 강에서 목욕을 한 후에야 자신의 탐욕 때문에 생겨났던 비극적인 능력을 없앨 수 있었다. 손대는 모든 것을 금으로 바꿔버리던 왕이 강에서 목욕을 함으로써 엄청난 양의 금이 강물에 흩뿌려졌다고 한다. 미다스 왕은 아나톨리아 반도 중서부에 있던 프리기아의 국왕이었으며, 프리기아는 리디아인들의 조상으로 추측된다. 그리고 리디아인들은 훗날 인류 최초로 금화를 만들어 사용한 리디아Lydia 왕국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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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로도토스의 <역사> 에 따르면 리디아 왕국에서 금이 풍부하게 생산되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아나톨리아 반도 중앙부에 있는 산들에서 빗물에 쓸려 내려온 사금이 리디아 왕국 내의 모든 강으로 흘러들었다고 한다. 미다스 신화의 출발은 리디아에 풍부했던 사금이며, 리디아인들은 이렇게 강에서 채취한 사금으로 금화 일렉트럼Electrum을 만들어냈다. 리디아 인들이 일렉트럼을 만들게 된 이유는 두 가지다. 금과 은의 천연 합금인 호박금이 왕국 내에 풍부했고, 왕국이 아나톨리아 반도에 위치함으로써 국제 무역 중심지의 위치에 서있었다는 점이다.



기원전 700년 경 리디아 왕국의 수도 사르디스는 에게해와 유프라테스강을 잇는 교역로의 중심에 위치하여 무역량이 폭증하였다. 사르디스에는 각지의 상인들이 몰려들어 상거래를 했기에 유통이라는 비교적 단순한 행위 외에 각지의 화폐를 가치에 맞추어 교환해주어야 하는 태환 업무가 중요했다. 따라서 처음에는 금의 순도를 검사하기 위해 시금석이 사용되었고, 시금석을 활용한 태환 업무도 버겁기 시작하자 화폐를 주조하여 그 액면가, 무게, 규격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했다. 크로이소스 국왕이 시행한 새로운 화폐 제도에 따라 동서양의 무역은 더욱 빠르게 그리고 더욱 큰 규모로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인류는 바야흐로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화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렉트럼에는 사르디스 성의 휘장인 수사자와 수소의 반신상이 새겨졌고 뒷면에는 음각으로 타원과 정사각형이 새겨졌다. 이 문양들은 강력한 공권력이 화폐의 가치를 보증한다는 의미였으며, 화폐의 역사는 화폐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인류에게 강제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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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치, 희소성, 합의 그리고 믿음
#2 아름다움
#3 환경
#4 누비아의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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