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많은 영감을 준, 일본 최고의 산성, 시코쿠 에히메 현의 마쓰야마 성(松山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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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성, Source : 에히메현 관광청>
<직접 찍은 사진, 이하 Source가 없는 것은 직접 찍은 사진들입니다.>
1) 일본 성(城) 개요
일본은 전국시대 들어 수천 개의 성이 건립되었으나,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와 메이지 유신을 거치면서 지방 다이묘들의 성들 대부분이 헐리고 축소되었으며, 세계 대전 중에는 연합군 폭격을 맞기도 하는 등으로 인해 또 소실되어, 현재는 성터 위주로 소수만 남아 있습니다.
※ 권력의 중앙집중화를 목적으로 성들을 부셨었기에, 힘이 센 다이묘들이 가졌던 크고 좋은 성들 상당수가 먼저 소실되었고, 대도시 성들일수록 폭격까지 맞았던 와중이기에, 원형이 보존되어 남은 성들은 아무래도 대체로 작고 평범해 보일 여지가 있기도 합니다.
특히 천수각(天守閣)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는 성은 단 12곳에 불과합니다.
그래서인지 이들 12천수는 국보 5성, 중문(=중요문화재) 7성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네요.
그중에서 산성들이 좀 더 멋진 모습으로 남아 있는데요. 일본 내 1위로 언급되는 산성은 히메지성입니다.
<히메지 성, Source : WIKI>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화려한 히메지성보다도, 에히메 현 내 마쓰야마시에 위치한 마쓰야마 성(松山城)의 우직함과 터프함에 더 끌렸습니다. 실제로도 일본 내 2위로 언급되는 성이기도 합니다.
<에히메 현의 마쓰야마 성, Source : WIKI>
12천수중에 오카야마에도 같은 이름(=마쓰야마성)의 산성이 있으나 이곳은 등산으로만 갈 수 있는 불편함이 있어, 에히메 현의 마쓰야마 성이 관광하기에 수월합니다.
대부분 소실되고 터만 남은 성 중에도 유서가 깊은 느낌을 주는 성들도 드물게 있지만(=도쿠가와이에야스가 어린시절을 인질로 보냈던 시즈오카의 슨푸성 등),
원형 대비 상당히 축소된 규모로, 콘크리트로 성벽을 복원하고, 천수각도 외관만 대강 복원한 많은 성들(=오사카 성 등)은 사실상 그냥 공원 느낌이 강한 반면,
천수각과 성이 원형에 가깝게 살아있는 곳들은 깊은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 에히메 현의 마쓰야마 성(松山城) 개요
에히메 현은 일본 4개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 섬 북서부 지역입니다.
<에히메 현 위치>
이곳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모티브가 된 도고온천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마쓰야마 시내의 도고 온천 풍경, Source : WIKI>
시코쿠 섬 내 에히메 현은 과거 "고노"씨가 수백년 간 지배하던 "이요국"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부하 장수들에게 정복당하면서 "이요국"은 무너지고, 그 후 1602년부터 건축된 성입니다.
평지부터 산 정상까지를 고르게 쓰는 평산성(平山城)이자, 대천수/소천수/여러개의 망루가 있는 연립식 성곽구조를 갖춘 크고 멋진 성이었습니다.
<마쓰야마 성터 지도>
실제로 마쓰야마 시내의 주요 지점을 도는 전차 경로 대부분은 마쓰야마 성터를 돌고 있을 정도로 큰 곳입니다. 사실상 마쓰야마 시내 전체가 성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습니다.
평지에는 혜자(=성벽을 방어하기 위해 땅을 파 물을 채운 공간)가 일부 남아 있고, 천수각은 산 꼭대기에 있어서 로프웨이나 리프트를 타고 오를 수 있습니다.(걸어서 가면 괜찮은 트레킹이 됩니다.) 혜자주변이 고즈넉하다보니, 일본은 조깅으로 혜자를 도는 이들이 많습니다.
전차를 타고 지나다 본 혜자 주변입니다. 아늑한 느낌을 줍니다.
대포 같은 공성무기가 약하던 시절이라, 공격하려는 이들에게 혜자는 대단히 버거운 존재였습니다. 혜자가 뚤린다는 것은 사실상 성내 진입에 성공하는 것이기에 그 후 성 함락은 대체로 시간 문제였다고 합니다.
3) 마쓰야마 성 외부 둘러보기
승강장 근처의 이쁜 상점가를 지나면, 로프웨이 또는 리프트를 타고 편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더울 때는 걸어오르기 힘들겠지요. 높이는 132m에 불과하나, 우리로 치면 남산 정상에 오르는 정도로 생각하면 적당합니다.
요런 13층 건물에서 바라보았을 때도, 꽤 높은 곳에 천수각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평지 쪽 성벽도 꽤나 높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위 사진의 우측 나무 있는 쪽으로 트레킹을 통해 숲속 그늘로 시원하게 정상까지 오를 수도 있습니다.
로프웨이를 타는 곳은 완전히 반대편 로프웨이 스트리트 쪽에 있습니다.
5분 정도의 탑승으로 산정상에 오르면, 시원한 전망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일본 소도시들은 아파트가 드물고 작은 집이라도 자기 소유가 많다보니, 서울처럼 굉장히 큰 도시 크기로 보이기도 합니다. 위 이미지에서의 도시가 360도에 걸쳐 있습니다.
물론 마쓰야마시는 인구 50만 정도로 아주 작지는 않습니다.
그제서야 산꼭대기라고는 믿기지 않는 멋진 풍광을 드러냅니다.
1602년에 지어진 건물이 아직까지 보존되어 온 것도 신기하고 현존하는 어떤 일본의 성들보다 터프함과 세심함이 조화롭습니다.
성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일본의 성은 미로처럼 계속 더 작은 성문을 돌아야만 천수각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방어와 비상시를 대비한 것이겠지요. 아까 언급했지만, 혜자가 뚫리면 성함락 우려가 커지기에 천수각은 지휘 뿐 아니라, 대피 및 시간벌기에도 용이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문들을 몇 개 더 지나야 천수각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유료이지만, 꽤 볼만합니다.
(볼 것 적은 공원 형태의 성들은 대부분 무료입니다.)
천수각으로 진입하기 전 초입에는 병사들이 전투를 대비하고 보초를 서는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름 운치있지만, 저 작은 구멍들을 지켰을 병사들을 생각해 봅니다.
구멍이 여닫이로 되어 있군요.
그들이 바라본 하늘은 참 작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나름 아름답긴 합니다.
그나마 좀 더 긴 구멍도 있습니다.
아마도 작은 통로 쪽인 것 같습니다.
4) 마쓰야마 성 천수각 둘러보기
외부를 둘러봤으니, 천수각 내부로 들어가봅니다. 생각보다는 공간이 꽤 넓었고 좀 삐걱거리긴 했어도 나무 상태가 튼튼해 보였습니다. 천수각 초입에는 당시 갑옷, 각종 칼 등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칼 종류가 참 다양하더군요.
<마쓰야마성, Source : 에히메현 관광청>
빙빙 돌아서 계속 높이 올라가 봅니다. 삐걱거리는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야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천수각 안을 지키는 병사의 구멍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운치있군요.
창문인 듯 했습니다.
장수들이 근무하던 곳일까요? 작은 구멍으로 전투하는 병사들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인 듯 합니다.
맡은 쪽의 전투상황을 생생히 체크할 수 있었겠네요.
이제 가장 높은 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바로 "성주"의 하늘이겠죠.
지평선, 수평선 다 보일 정도로 전망이 좋네요.
신기한 건 사병들이 싸우는 구멍은 맨 위층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대체로 장수들의 일이었을까요?
지붕 끝에 호랑이 얼굴에 지역 특산물인 도미를 단 멋진 상징물을 올렸습니다.
천수각 뒤편은 원래 절벽에 가까운 쪽이라 이곳은 아마도 성내 얼마 안되는 널찍한 평지 공간으로 활용되었을 것 같네요. 벛꽃철에는 사진 찍기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성주"는 참 바람 잘 들고, 전망 좋은 곳에서 사병들의 세세한 현황까지는 잘 안 보이는 위치에서 전략과 도시정책에 골몰하면서 지냈을 것으로 생각이 되네요.
마쓰야마 성에 가시면, 천수각 내부는 꼭 들어가보세요. 각 층간 이동시에는 매우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예전 사람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어 재미가 있습니다.
5) 마음가짐정리: "성주", "장수", "병사"의 하늘은 달랐다
① 엄연한 현실
불과 몇십미터 높이 차이의 위치이지만, 그늘도 별로 없는 "병사"의 공간과 작은 구멍 속 하늘,
"병사"들을 체크할 수도 있고 다소 쉴만한 공간과 그늘이 있는 "장수"의 하늘,
탁 트인 도시 전체 조망과 성내 주요 이슈는 체크할 수 있으나, 세세한 "병사"들 움직임까지는 직접은 잘 안 보이는 "성주"의 하늘,
"성주"는 아마도 "장수"를 통해 많은 것을 보고받고 지휘했을 것 같네요.
같은 파란 하늘이지만, 위치에 따라서 너무도 다르게 느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모양새는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아직은 한국의 엄연한 사회 현실이기도 하지요.
② 살짝 마음을 조여 봄
"YOLO" 등이 유행하고, 여행을 많이 다녀보게 되면서 배우고 느낀 훌륭한 경험도 참 많지만, 한편으로는 많이 느슨해진 느낌도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사회에 나올 때, 혹은 그것을 준비하던 학생 때의 마음과 달리 어느 덧 안주하고, 편한 삶을 찾고만 있지는 않았는지,
최고의 산성 마쓰야마 성의 원형이 보존된 천수각 최고층에서,
강한 햇살 속 탁 트인 수평선을 바라보며 다시금 마음을 잠시 조이고 하산하였습니다.
③ 우선순위를 잘 정하자고 생각함
멋진 성이지만, 실제로 이 성은 히데요시가 임명한 가문들에서 세운 것이죠. 그 전까지 시코쿠 섬의 에히메 현 지역을 "이요국"으로 지배해오던 "고노"가문은 지역에서는 잘 나갔지만, 아무래도 일본 본섬의 파워를 감당해낼 수는 없었을 겁니다.
잔파도보다는 밀려오는 큰 파도를 먼저 체크하여,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