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오마르>, 그리고 <천국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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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그리고 <천국을 향하여>"
요즘은 글을 쓰지 않습니다. 아니 쓰지 못한다는 게 정확하겠지요. 글은 언제나 삶의 투사와 반영이라고 생각하지요. 삶이 불안정하다보니 글은 관념이 되더군요. 그 불안정에서의 세상에 대한 좁아진 시야는 적절한 의미, 은유된 표현을 찾아내기가 힘겹더군요.
그럼에도 간혹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텍스트들이 있더군요. 팔레스타인 감독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의 <오마르>(2013)와 <천국을 향하여>(2005) 역시 그러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늘 강자인 이스라엘에 저항하는 약자인 팔레스타인들의 시선의 담긴 영화들을 보고 싶었습니다. 이스라엘 시선의 영화들은 <젤리피쉬>, <밴드 비지트>, <바시르와 왈츠를>, <레바논> 등처럼 곧잘 찾아볼 수 있지만, 팔레스타인의 영화들은 그들의 처한 절망의 극한 심도처럼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어렵게 찾아낸 두 영화로 토요일의 주말은 풍족했습니다.
<오마르>는 어쩔 수 없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이중첩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팔레스타인 청년 오마르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지요. 그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삶을 지키기 위해 이중첩자가 됩니다. 이스라엘은 테러 공격 차단을 명분으로 요르단강 서안, 이른바 ‘웨스트뱅크’지역에 콘크리트장벽·철조망·감시탑 등을 건설하여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의 삶을 장벽 안과 밖으로 분리시키며 파괴하고 있습니다. 오마르는 이중첩자질은 이러한 일상적 삶의 분리와 파괴를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의 억압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저항의 대의도 결국 일상적 삶과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저항마저 무엇의 위한 저항인가의 의문으로 콘크리트장벽 속에 용해되어버립니다.
<천국을 향하여>는 자살폭탄테러를 가하려는 테러범의 이야기입니다. 몸에 폭탄을 두르는 자살테러에 자원한 팔레스타인의 사이드는 괴물이 아니라 그저 평범한 청년일 뿐입니다. 그는 자동차 수리공으로 일하며,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살아가지만, 그를 둘러싼 삶은 차 마땅한 자동차 부품도 없고, 변변한 영화관조차 하나 없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상황처럼 절망적입니다. 그에게는 아버지는 이스라엘에 의해서가 아니라 같은 동족인 팔레스타인에 의해 반역자로 처형을 당한 아픈 기억이 있지요. 이스라엘의 어린 꼬마 때문에 차마 폭탄의 끈을 당길 수 없어 처음 테러에는 실패합니다. 팔레스타인 시내 가게에서는 테러 전에 남긴 비디오테이프들이 판매됩니다. 테러에 성공한 순교자의 것과 실패한 반역자의 것들이. 선택지가 도저히 없는 이 상황에서 사이드는 스스로가 선택한 의미를 말하지요. 결국 희생자로서 서로를 바라봐야 반목을 끝낼 수 있지만, 힘의 우위를 앞세우는 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지요. 그에게 있어 테러는 해결책이 없다는 절망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의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두 편 모두 일상적 삶이 파괴된
‘절망’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그 점이 저를 흡인합니다.
저에게는 과연
나의 글을 쓸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지요.
이 울림으로 가득찬
영롱한 수작들을
허접한 소개글로 응대한다는 게
그저 송구스러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