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돈이 사악해지기까지 |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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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솔로몬 군도 중,
말라이타 섬에서는 돌고래 이빨이 화폐로서 기능한다.

이 지역 부족들은 스피너 돌고래를 사냥해 고기는 나눠 먹고 이빨은 실물화폐로 사용했다. 분쟁이 발생해 사상자나 피해가 발행하면 물질적으로 이를 보상해주는데, 이때도 보상 수단으로써 돌고래 이빨이 사용된다. 그리고 무려 21세기에도 돌고래 이빨이 화폐로 사용된다. 돼지 한 마리에는 이빨 50개의 가격이 책정되어 있으며, 식용 농작물을 구할 때면 이빨 몇 개면 된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지만 말라이타의 이웃 섬 피지에서는 고래 이빨이 돈으로 사용되었다. 키나와 카우리, 고래 이빨, 돌고래 이빨. 이들의 공통점은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실물 화폐들이며 아름답거나 얻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양모와 대구가 돈으로 사용됐었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방한복은 생존과 직결되었고, 아이슬란드에는 양이 많았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그 추운 곳에서도 양은 잘 자랐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가축이었다. 바다에서는 대구가 많이 잡혀 귀중한 식량 자원이 되었다.



동북아시아에서는 오랫동안 베와 무명을 일컫는 포목과 쌀이 화폐로서 기능을 가졌고,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고대 바빌로니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보리가 화폐로 사용되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주로 재배하던 농작물은 밀이었는데, 왜 보리가 화폐로 사용되었을까.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건조했다.
정기적으로 강이 범람한다 한들 계속되는 경작과 수분 증발의 반복은 토양을 염토로 바꿔놓았다. 따라서 밀의 수확량은 일정하지 못했고, 염분에 보다 잘 견디는 보리의 수확량은 상대적으로 일정했다. 따라서 보리의 가치는 밀의 가치와 비교 시 변동이 크지 않았고 화폐로서의 기능에 부합했다.

이렇듯 실물을 화폐로 사용하는 데 있어 화폐는 가치, 희소성, 합의, 믿음, 소유욕의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어야 했으며, 환경이라는 요소 역시 그 안에 담기게 되었다.



인류의 발원은 아프리카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불모의 사막 지대인 사하라와 사헬 지역이 아주 오래전에는 다습하고 나무가 많이 자라는 지역이었다. 따라서 최초의 인류는 이곳에서 생활했는데, 지금으로부터 1만 년 전에서 8천 년 전의 시기에 지구상의 강수량이 크게 늘어났다. 기존에는 건조한 기후 때문에 삭막하여 이용할 수 없었던 지역이 점차 비옥해지면서 인류는 사하라를 벗어난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이 비로소 가능해졌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이 시기를 지나 8천 년 전부터 사하라의 기후는 다시금 건조한 기후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사하라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수 없었던 인류는 대거 이동을 시작했고, 기원전 8,000년 경부터 흔적이 나타나는 세계 곳곳의 문명 발생과 인류의 대이동은 그 시간적 인과의 고리가 맞물린다.

이 사하라의 피난민들이 정착한 곳으로 여겨지는 곳 중 하나가 이집트의 나일강 유역이고, 일부는 보다 동쪽으로 나아가 메소포타미아에 자리를 잡지 않았는가 추측한다. 그리고 더더욱 동쪽으로 나아간 인류는 이란의 고원 지대를 넘어 인더스 강에 터전을 마련했고, 일부는 현재의 대륙마저 건너 북미를 통해 마야, 안데스까지 건너갔다는 주장이 있다.



어떤 경로를 타고 들어갔든 문명이 시작된 이들 지역에서 인류는 삶을 영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물건들을 자연으로부터 얻어냈다. 그리고 필수적으로 필요한 양을 소비한 후 남게 된 잉여 생산물이 인간의 욕구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보다 많이, 보다 다양하게, 보다 아름답고 보다 우수한 것을 손에 넣고자 이들은 서로의 물건을 거래하기 위해 몰려 들었고, 도시가 생겨났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의 손에 든 것을 뺏기 위해 싸웠다.



보통 전쟁은 영토의 확장 측면에서 주목을 받지만 이면에서 눈을 부릅뜨고 있는 진실은 돈이다. 각종 경작물이 돈이던 시절, 돈이 솟아나는 경작지는 부의 원천이었고, 모피가 돈이 되는 곳에서는 모피의 산지가 부의 근원이었다. 부의 원천을 차지하기 위해 인류는 죽어나가고 서로를 죽여왔으며 세월이 흐른 후에는 금광을 탈환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켰다. 무역로를 소유하기 위해, 유전을 손에 넣고자 서로 피를 보아야만 했고, 창과 칼을 손에 든 이들의 역사는 돈속에 스며든 환경에 의해 결정됐다.



인류의 역사를 좌지우지했던 전쟁이 돈에 스며든 환경 요인의 간접적 산물이라면 어느 순간 일 거에 사라진 문명처럼 돈이 인류 역사를 직접적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수수께끼처럼 풀리지 않는 사라진 문명에 대한 전설과 이야기, 연구는 오늘날에도 전해지고 회자되며 진행되는데, 최근에 이르러 가장 주목을 받는 의견은 기후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환경 변화로 인해 기존의 삶을 더 이상 영위할 수 없게 된 문명이 통째로 사라졌다는 의견들이다.



중앙아메리카 유카탄 반도에 위치했던 마야 문명은 어느 순간 증발해버린 문명의 대표적 예다. 고대 마야가 멸망할 즈음 지구상에 소빙하기가 몰아닥쳤고, 급격한 기후의 변화는 유카탄 반도의 우기에 내려야 할 비구름을 남미로 밀어냈다. 이 지역에는 큰 하천이 없다. 비가 오지 않으면 순식간에 대기근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이들은 무역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없었다. 부의 원천인 경작지에서 그 무엇도 자라지 않게 되었으니까.



인더스 강 유역의 모헨조다로, 하라파 같은 도시의 유적은 굉장히 세련됐고, 구획이 잘 정비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가로세로 1km 와 1.2km 에 이르는 너비의 구역에 도로는 십자의 형상으로 내었고, 상수도, 하수 처리 시설에 높은 담벼락의 주택과 공중목욕탕의 시설까지 갖췄다. 4천 년 전의 이들 도시에는 4만에서 8만 명의 인구가 모여들어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세 유럽에서 가장 번화했던 도시 베네치아의 인구가 20만이었고, 동시대 파리의 인구가 15만 명이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때 4천 년 전 이 도시들의 위용을 가늠할 수 있다.

이 도시들은 풍요를 누렸다. 각종 도구를 만들던 대장장이와 옷감을 만들던 직조공, 염색공, 도공, 보석공까지 존재했다. 그런데 이 도시들은 기원전 1,900년 경부터 급격히 쇠락하여 버려지고 방치된다. 연평균 600-700미리의 강수량이 이 시기에 이르러 200미리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아무리 쾌적하고 정비가 잘 된 도시인들 물이 없어 경작이 불가해진 지역에 놓인 이곳의 운명은 버려짐 이었다.



이렇게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돈은 그 모습에 따라 인간의 역사를 뒤흔들어왔다. 그리고 그 속에는 인간의 모든 욕구가 축적되어 왔다. 이쯤 되면 화폐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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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치, 희소성, 합의 그리고 믿음
#2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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