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브레이브 하트' 윌리엄 월레스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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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년 8월 23일 윌리엄 월레스의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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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 깁슨 북 치고 장구 치고 연출하고 주연 맡았던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기억하시나요? 성 안드레아 기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의 하늘색과 흰색을 얼굴에 덕지덕지 칠한 거친 사내들과 갑옷 잘 차려입은 잉글랜드 군대가 격돌하는 생생하다 못해 잔인한 전투신과 죽음 앞에서도 ‘자유!’를 부르짖는 불굴의 사나이 윌리엄 월레스의 마지막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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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숀 코너리도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을 지지한다는 말을 했듯 잉글랜드와 별반 사이가 좋지 않은 스코틀랜드인에게야 이 영화는 눈물을 쏙 뺄만큼 감동적이었을 것이고 한국에서도 기대 이상의 흥행을 했습니다. 심지어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는 행운까지 누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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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잉글랜드에서는 상영금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영화에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역사 왜곡’이었지요, 그럼 어디 어디가 왜곡됐는지 한 번 기억을 더듬어 보실까요. 탐욕에 가득하고 비열한 술수에 능한 ‘꺽다리’ 즉 롱생크 에드워드는 영국을 정복한 노르만 왕조 최초로 앵글로 색슨 이름을 택한 에드워드 1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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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영국의 ‘유스티니아누스’라 불리울만큼 법전을 정비하고 내치와 외교 모두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인물이었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칩니다. 아무리 잉글랜드의 성군이라 해도 왕위 계승 쟁탈전이 벌어진 스코틀랜드에 ‘중재자’로 초빙돼서는 ‘절대자’로 슬쩍 자리를 바꾸려던 그가 스코틀랜드인의 눈에 좋아 보일 리는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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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브 하트>에 등장하는 에드워드 1세 . 무척 잔인한 캐릭터로 나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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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초야권, 즉 영국 영주에게 처녀를 바치는 얘기도 당시와는 거리가 멀며 윌리엄 월레스가 대승을 거둔 스털링브릿지 전투는 평원에서 벌어진 대회전이 아니라 좁은 다리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전투였습니다. 좁은 다리 위에 잉글랜드 기병이 들어서자 스코틀랜드 군이 다리에 오르지 않은 잉글랜드군의 배후를 쳤고 아우성을 치며 다투어 다리 위에 올라선 순간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가운데 잉글래드군이 참패하게 된 거죠. 뭐 하여간 대승은 맞고 잉글랜드군 지휘관은 가죽이 벗겨집니다. 윌리엄 월레스는 ‘스코틀랜드의 수호자’로서 인생 최고의 시기를 보냅니다. 아울러 잉글랜드에게 당한대로 잉글랜드 변경 지역을 쑥밭으로 만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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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영화가 범한 최악의 왜곡은 이 용감한 사내에게 영국의 태자비 소피 마르소가 흠뻑 반해 버리고 그 아이까지 가진다는 설정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진짜 태자비는 윌리엄 월레스가 죽을 때 아홉 살이었어요. 영화대로라면 일곱 살짜리 소녀가 아버지같은 사람에게 사랑에 빠진 셈이죠. 영화 말미에 이 태자비가 에드워드 왕의 귀에다가 “지금 내 뱃속에는 월레스의 아이가 자라고 있다.”고 속삭이는 장면이 나오기까지 하니 잉글랜드인들이 거품을 물 만하죠. 근데 영화가 진실이라면 이야기는 더 어색해집니다. 그 프랑스 여인의 손자가 잉글랜드를 망하게 하기는커녕 잉글랜드 군의 선봉으로 할머니 나라 프랑스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흑태자 에드워드’가 된다는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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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귀족 브루스가 월레스를 배신한 것이나 월레스가 혈혈단신같이 나오는 것이나 (아들이 있었거든요) 사실과 다른 게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 가장 실제에 가까운 것은 역시 윌리엄의 최후 장면입니다. 에드워드 1세는 실제로 월레스에 무척 집착했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가 지리멸렬하고 일부 귀족들이 자신에게 항복하고 들어오자 에드워드는 월레스만 잡아온다면 과거의 죄를 잊겠다고 선언하며 월레스를 체포해 오라고 다그쳤다고 합니다. 월레스는 스코틀랜드 귀족 로버트 브루스 아닌 다른 동지의 배신으로 잉글랜드의 포로가 돼요. 그는 한껏 잉글랜드 국민들의 조롱을 받으며 선 재판정에서 이런 논고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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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월레스는 에드워드 1세에 대한충성 의무를 저버리고 그에 대항하여 중죄를 범하고 범죄자를 규합하여 국왕의 대리인들을 공격하고 살해했다. 그는 다수의 무장폭도를 규합하여 살인과 방화를 자행하고 교회를 황폐화시켰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대꾸합니다. “살인, 방화 다 맞다. 그러나 나는 반역자가 아니다.에드워드에게 충성을 맹세한 적이 없고 그는 나의 왕이 아닌데 어떻게 반역이 성립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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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지절단 후 참수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는 산채로 내장이 꺼내 눈 앞에서 불태워지고 목이 잘려나가죠. 그의 토막난 시신들은 볼거리로 잉글랜드를 순회했구요. 그는 아들에게 이렇게 유언했다고 합니다. “개처럼 묶여 있지 말고 자유롭게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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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레이브 하트>는 엄청난 오류로 점철된 영화가 맞습니다. 하지만 멜 깁슨이 연기한 윌리엄 월레스라는 인물이 추구하던 압제자로부터의 자유의 메시지만큼은 흠잡을 것이 못되겠죠. 윌리엄 월레스는 이렇다 할 귀족도 아니고 그로 인해 시골뜨기 뜨내기 취급을 받았지만 압도적인 군비로 짓쳐들어오는 잉글랜드에 사력을 다해 맞섰고 결국 스코틀랜드인을 격동시켜 잉글랜드군을 몰아내는 디딤돌이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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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브루스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 속에서는) 윌리엄 월레스를 배신했던 로버트 브루스가 이제는 나와 함께 피를 흘리자!고 월레스의 동료들에게 외치고 스코틀랜드인들은 이에 호응하여 돌진하는데 이것이 베녹번 전투였고 스코틀랜드는 향후 300년간 잉글랜드로부터 ‘자유’를 누리게 되지요. 물론 귀족들의 자유긴 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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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자인대로 살인자, 방화자이면서 동시에 용감한 저항군의 수장으로서 반역의 딱지만은 거부했던 저항군의 수장. 개처럼 묶여 살기보다는 이리처럼 산 속과 들판을 누비기를 원했던 한 남자, 수백년 뒤 그의 동상이 설 때 15만 명의 인파가 그를 추념했다는 역사 속의 인물 월레스가 1305년 8월 23일 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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