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마지막 황후

1910년 8월 22일 마지막 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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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술국치일은 보통 8월 29일을 말하지만 이날은 한일병합이 공포된 날일 뿐, 실상 대한제국 황제의 옥새가 찍힌 문서가 완성된 것은 1주일 전인 8월 22일이다. 이 날 창덕궁 대조전에 붙어 있는 작은 전각인 흥복헌에서는 대한제국 마지막 어전회의가 열렸다. 총리대신 이완용 이하 대신들이 도열한 가운데 회의는 빠르게 진행됐다. "긴장했다기보다는 오히려 한 나라의 운명이 여기서 결정되고 마는구나 하는 몹시도 슬픈 느낌을 갖게 하였다. 회의는 한 시간만에 끝났다." (일본인 궁내부 사무관 곤도 시로스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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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순정효황후-윤씨-1.jpg

바로 그때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병풍 뒤에서 회의를 지켜보고 있던 한 여인이 이럴 수는 없다고 절규하며 황제의 옥새를 치마폭 속에 감추어 버린 것이다. 순종의 부인, 우리나라의 마지막 황후 순정효황후 윤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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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부에 견자없다는 속담은 자주 틀린다. 백두산 호랑이같은 기개의 아버지가 제주도 변소의 똥돼지같은 자식을 낳는 일은 의외로 흔하다. 저 덕 높은 로마 황제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가 악질 황제 콤몬수스를 낳은 것은 한 예일 뿐이다. 반대로 아버지는 그런 망나니가 없는데 자식은 반듯한 경우도 허다하다. 바로 순정효황후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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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효황후 윤씨의 아버지는 윤택영이었고 그 큰아버지는 윤덕영씨였는데 이 두 형제는 욕심쟁이들의 계보가 화려하기 이를데없는 우리 나라 역사에서도 보기 드문 탐욕의 화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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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년 황태자비 민씨가 죽자 계비 각축전이 벌어졌고 해평 윤씨 가문의 윤택영은 막대한 로비를 해서 자신의 딸을 황태자비로 들어앉히는데 성공했는데 이때 쓴 로비자금으로 얻은 빚이 물경 50만원. 당시 서울의 고급 집 한 채가 1만원이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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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빚을 지고도 나는 황태자의 장인 (1년 뒤엔 황제의 장인)이랍시고 그는 몸져누울만큼 질탕하게 놀아 댔다. 빚에 쪼들리자 이 인간 황제를 찾아간다. "폐하. 빚을 갚아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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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태산같은 빚으로 인해 그는N'차금(借金)대왕'으로 불리웠거니와 그 형 윤덕영은 앞뒤가 튀어나온 이마로N'대갈대왕'이라는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이 인간도 탐욕스럽기는 동생에 못지 않아서 후일 재산을 놓고 주먹다짐까지 벌이거니와, 대갈대감과 차금대왕은 1910년 8월 22일 둘 다 운명의 자리 흥복헌에 입시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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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효황후가 절대로 안된다고 옥새를 치마폭에 감추던 순간, 그 누구도 선뜻 접근하지 못했다. 황후의 지엄함도 지엄함이거니와 망국의 관료로서의 양심이 이완용 이하 대신들을 얼어붙게 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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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개입하기 난감한 상황에서 대갈대감과 차금대왕이 조카이자 딸에게 달려들어 그 옥새를 빼앗는다. 차금대왕은 한일합방 은사금으로 빚을 갚아야 했고 대갈대왕은 그만큼의 재산만이 목전에 있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손에 옥새를 빼앗기던 순간 순정효황후의 심경은 어땠을까. 대한제국 최후의 수호자는 황제도 아니고 대신들도 아니고 나이 열 일곱의 앳된 황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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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일제 시대를 겪으면서 순정효황후는 남편을 떠나보냈고 빚에 쪼들려 고국에 돌아오지도 못한 아버지를 앞서 보내고 해방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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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났을 때 그녀는 창덕궁에 머물고 있었는데 인민군이 행패를 부리자 "이곳은 국모가 사는 곳이다."라며 호통을 쳐서 물리쳤다고 한다. 아직 그녀에게는 옥새를 치마 속에 감추고 역적들을 탓하던 기개가 살아 있었다. (아 물론 인민의 피 빨아먹은 봉건 에미나이로 간주해 총을 쏘지 않은 이름 모를 인민군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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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황후가 되고, 그 황실이 처참하게 스러지는 것을 목격하고, 해방 뒤엔 미쳐서 돌아온 덕혜옹주 등 황실 식구들까지 챙겨야 했던 마지막 황후는 일흔 넷의 나이로 세상을 뜬다.

1910년 8월 22일 한 열 일곱 살 소녀가 망국의 옥새를 치마 속에서 지켰다. 그리고 돈에 눈이 먼 그녀의 아비와 숙부가 그를 들추고 옥새를 거머쥐었다. 참 빌어먹게 웃기고 젠장맞게 한심했던 순간 ..... 사진은 전주 이씨이면서도 옛 왕가를 극도로 견제한 이승만이 물러간 후 낙선재로 환궁하는 순정효황후의 위용(?)이다. 왕족 가운데 저분에 필적하는 성정을 지닌 왕족 열 명만 있었더라면 아마 오늘날 경복궁에는 황제 폐하가 거하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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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_IMG_1535296532547.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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