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사라진 모나리자와 다시 찾은 불상

1911년 8월 21일 사라진 모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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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년 8월 22일 루브르 박물관을 둘러보던 큐레이터 루이 베로드는 자기 눈을 의심했다. ‘수수께끼의 미소’의 주인공 ‘모나리자’가 걸려 있던 자리가 휑하니 비어 있었던 것. 하지만 경비 책임자는 의외로 태연했다. “홍보사진이라도 찍으러 가져갔나 보죠. 그런 일 간혹 있잖습니까.” 박물관 본부에 문의하니 대답은 “그런 일 없음”이었다. 박물관 관계자 모두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루브르 박물관은 즉시 폐쇄됐고 온 박물관 내부를 서캐 훑듯 뒤졌지만 모나리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모나리자가 마지막 목격된 건 전날인 1911년 8월 21일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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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영원한 미소”를 잃어버렸다고 야단이었다. 모나리자의 ‘빈 자리’라도 보겠다는 사람들이 그림처럼 몰려들었다. 그 가운데에는 프란츠 카프카도 있었다. 다급해진 수사 당국에 의해 수많은 용의자가 양산됐다. 그 가운데에는 피카소도 있었다. 도난 미술품인줄 모르고 사들였던 전력이 문제가 된 것이다. 또 시인 아폴리네르도 용의자가 되어 1주일 구류를 산다. 이후 연인과의 이별까지 겹치는 슬픔 속에 아폴리네르는 “미라보 다리 밑에 센 강은 흐르고.....”의 그 유명한 싯귀를 창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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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넘겨서야 범인이 잡힌다. 빈센초 페루지아라는 이름의 이탈리아인이었다. 모나리자 그림에 안전유리를 씌우는 작업을 했던 그는 코트 자락에 그림을 숨겨 자기 집 (박물관에서 걸어서 5분!)에 숨겨 뒀다가 피렌체의 미술상에게 접근하다가 덜미를 잡힌다. 그러나 그가 이탈리아인으로서 이탈리아인의 그림을 이탈리아로 가지고 온 것이라며 기염을 토하자 통일왕국을 이룬지 얼마 안되던 이탈리아인들은 열광한다. 석 달도 안되어 그는 풀려나고 모나리자는 이탈리아 전역을 순회한 뒤에야 프랑스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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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희대의 모나리자 절도가 페루지아 단독범인가의 의문은 그치지 않았다. 일설에 따르면 그는 하수인일 뿐이었다. 진범은 에두아르드 발피에르노라는 남미의 고관이었다. 그는 위작 전문 화가 쇼드롱과 짜고 모나리자 위작들을 꾸몄다. 그런데 위작들을 진짜 모나리자로 속여 팔아먹으려면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가 사라져야 했고, 그 일을 맡은 이가 페루지아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모나리자 진품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던 발피에르노는 위작을 팔아 챙긴 돈을 가지고 유유히 사라졌다는 이야기다, 어느 미국 기자에게 고백했다는 이 이야기는 발피에르노 자체가 체포되지도 신원이 공개되지도 않았기에 사실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다. 궁금하신 분들은 2004년 스페인 최고 문학상을 탄 <내가 모나리자를 훔쳤다>를 보시기 바란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그러나 정말 희한한 도난 사건이 하나 있었다. ‘연가7년명 금동여래입상’이라는 불상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우선 ‘연가’라는 연호는 중국에 없는 연호로서 고구려의 연호로 추정되는 바, 연가 7년명에 고려, 기미년까지 쓰여진 그야말로 천금 같은 가치의 불상이다. 이 불상은 땅 파던 농부에 의해 발견됐고, 처음에는 가짜 불상으로 취급되어 공무원 서랍 속에 아무렇게나 처박혀 있다가 뒤늦게 그 진가를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발견 4년 뒤 이 불상이 전시 중이던 서울 덕수궁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기절할만한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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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께 유리진열장 안에 전시 중이던 불상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 휑한 자리엔 “문화재관리국장에게 직접 알리시오. 오늘 밤 12시까지 돌려주겠소.”라는 메모만 들어있었던 것. 이 정체 모를 인물은 3차례나 전화를 걸어서 “돌려는 주겠다”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일설에 따르면 그는 “이 분야의 세계 신기록을 남기고 싶다,”는 술회도 밝혔다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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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관리국 전원이 이젠 다 잘렸구나 목덜미를 쓰다듬고 있던 밤 11시쯤, 전화가 걸려왔다. “한강 철교 16, 17번 침목 받침대 사이 모래밭에 있으니 찾아가라” 국장은 경찰에게도 알리지 않고서 미친 듯이 달려갔고, ‘연가7년명 금동여래입상’은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끝내 범인은 잡히지도 나타나지도 않았다.

과연 페루지아의 단독 범행이었을까? 아니라면 발피에르노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연가7년명 금동여래입상을 감히 훔쳐내고 그걸 돌려준 인물은 누구였을까. 그건 우리의 상상의 권리에 속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건 기억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인류 모두의 문화적 자산인 예술품들 가운데 꽤 많은 것들이 비슷한 방식을 통해 돈 많고 여유로운 이들의 탐욕의 제물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영영 사라지거나 극소수의 탐미욕만 만족시키는 금고 속의 박제가 되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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