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과학 에세이] 미래에는 음성 언어가 사라질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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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에세이] 미래에는 음성 언어가 사라질까? (1) 에서 이어집니다.
참을 수 없는 즐거움
옛날의 진화생물학자들은 인류의 시작이 뇌용량의 증가로부터 시작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고고학적 연구의 결과는 직립 보행과 손의 사용이 먼저였음을 밝혀 냈습니다. 인류는 손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감각이 발달하고 그 감각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용량이 증가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뇌는 인류에게N'즐거움'으로써 손의 감각 자극에 대한 보상 체계를 만듭니다.
인류의N'즐거움'은 진화의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뇌가 어디에N'즐거움'을 보상하는지 여부는 개체의 생존 문제와 직결되어 있었습니다. 만약 음식을 먹는 행위에N'즐거움'을 보상하지 않았다면, 개체가 생존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물론 현재로서는 전혀 의미가 없는 보상도 존재합니다. 환경이 바뀌었어도 해당 보상 체계가 생존에 불리하지 않다면 도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주 먼 옛날 사냥은 무엇보다 생존에 중요하여N'즐거움'의 보상이 주여졌습니다. 하지만 농경문화가 발달하면서부터는 그 보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은N'즐거움'을 위해서 계속 사냥을 했습니다. 현재도 팀원들과 단합하여 상대를 사냥하는 온라인 게임이 쉽게 유행합니다.
언어도 인류에게 유사한 의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언어가 비합리적이고 쓸모가 없어져도, 언어는 인류에게 참을 수 없는 즐거움입니다. 사람들이 만나 잡담을 나누는 것, 그리고 제가 이렇게 글을 적는 것은 본질적으로N'즐거움'의 보상이 있는 까닭이지, 합리적이고 유용한 행위라서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미래에 한 알이면 하루 영양을 모두 충족시킬 알약이 나온다고 해서, 인류의 갖가지 요리들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인류의 취향
많은 사람들이 "언어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한 가지의 언어로 통일되거나, 좀 더 합리적인 언어로 대체될 수 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두뇌망과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를 생각했을 때, 저는 이와 정반대되는 상황을 상상합니다.
첫째로, 저는 두뇌 칩에 깔린 인공지능이 어학 능력의 개념을 무의미하게 만들 날을 상상합니다. 이 미래에서는 전혀 다른 언어를 쓰는 두 사람이 만나 수다를 떨더라도,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통역하여 뇌에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습니다. 만약 인간이 다른 언어를 배우고 싶어 하면, 두뇌망에서 해당 언어를 다운받고 학습시켜 줄 수도 있습니다. 몇 만명의 사용자가 있는 언어들을 모조리 없애는 불편함에 비하면, 인공지능은 훨씬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둘째로, 두뇌망 통신의 정보 전달력은 음성 언어를 뛰어 넘을 미래를 그립니다. 그 결과 음성 언어는 정보 전달의 기능보다,N'즐거움'의 기능에 더욱 가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정보 전달 도구로서 가치가 떨어지면서, 다른 가치가 더욱 부각 되는 것입니다. 인류가 처음 사진기를 개발했을 때, 사람들은 그림이 더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림이 앞으로 그려지지 않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림은 이제 정보 전달의 가치가 아닌 , 예술적 가치에 큰 의미를 부여받아 이어지고 있습니다. 컴퓨터가 발달한 지금도 손글씨는 캘리그래피라는 예술의 형태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음성 언어도 그것이 전달하는 청각 자극 또는 음운 자극에 더욱 가치를 두게 될지 모릅니다.
인간은 특이하게도 비합리적이고 불완전한 것에서 재미를 찾습니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때는 동음이의어가 세상에서 제일 불합리하지만, 능숙한 사용자는 이를 이용해서 언어유희를 하고 글에 중의적인 의미를 담으며 즐거움을 얻습니다. 상상해보십시오. 미래에 인공지능이 학습을 도와 외국어를 쉽게 배울수 있다면, 우리가 언어적으로 누릴수 있는 즐거움이 얼마나 다채로워지겠는가 말입니다. 랩에 담을 수 있는 라임이 얼마나 다양해지겠습니까. 언어의 다양성이야 말로 인류가 보존해야할 문학적 자산이 될지 모릅니다.
인공지능이 스스로 사고하고 인간보다 더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미래에, 인간과 인공지능을 구분시켜 주는 유일한 기준은, 인간이 진화의 결과가 낳은 불완전함, 즉 예술적 즐거움을 가진다는 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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