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안네 프랑크의 마지막 일기

1944년 8월 1일 안네의 마지막 일기

안네 프랑크 이야기는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어서 보탤 것도 없고 따로 할 얘기도 없다. 생일 선물로 받은 일기장을 너무도 좋아한 나머지 거기에 Kitty라는 이름을 붙이고, 그 일기장이 마치 생명을 가지고 눈과 귀를 지닌 무엇인양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하고 투정도 부렸던 한 소녀의 마지막 일기가 1944년 8월 1일로 끝난다.

안네.jpg

은행가였던 안네의 아버지 오토 프랑크는 치밀한 계획과 막대한 자금을 들여 은신처를 꾸몄고 안네의 가족은 비밀 다락방에서 2년 동안이나 버틸 수 있었다. 그 2년 동안 그들에게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은 아버지 오토 프랑크의 비서였던 미프 기스였다. 오스트리아 출신이지만 네덜란드에서 자란 그녀는 행동의 자유가 사라진 안네의 가족들의 발이 되어 주었고 안네에게는 하이힐 구두도 선물로 주었고 어떻게든 식량을 구해서 전해 주는 등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안네의 일기 속에서 “우리는 모두 미프의 배려 속에 있다,”고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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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가 안네의 가족에게, 그리고 인류에게 남긴 가장 큰 도움은 바로 안네의 일기를 빼돌린 일일 것이다. 안네가 마지막 일기를 쓴 3일 뒤, 익명의 제보자가 안네의 가족을 밀고했고 게슈타포가 밀어닥쳐 다락방에 살던 8명의 유태인들은 죄다 수용소행 기차를 타고 만다. 그들이 끌려간 뒤 집을 둘러보던 미프 기스의 눈에 안네의 일기 키티가 눈에 띄었다. 그녀는 이를 빼돌려 찬장 속에 보관한다.

그녀는 그때까지도 그 안에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몰랐다. “어린이에게도 사생활이 있다.”고 생각하고서 그 일기장을 들출 생각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안네가 돌아오면 돌려 줄 요량이었다. 후일 미프 기스는 만약 자신이 그 내용을 보았더라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것이기에 없애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회고했다. 그저 다행이랄 밖에.

하지만 안네는 다시 키티를 만나지 못하고 그녀의 열 여섯 살 생일을 석 달 앞둔 어느 날, 아우슈비츠에서 발진티푸스로 사망한다. 그리고 안네의 어머니와 언니들도 모두 목숨을 잃는다. 돌아온 것은 아버지 오토 프랑크 뿐이었다. 이때 미프 기스는 오토에게 안네의 일기를 건넨다. 그리고 “N'거대한 악과 직면한 인간 영혼에 대한 증언” (뉴욕 타임즈)인 <안네의 일기>가 인류 곁에 남게 된다. 미프 기스는 2010년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까지 “하루도 그들을 (안네의 가족들을) 애도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만일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 세상에 살아남는 일이 허락 된다면, 나는 꼭 이 세상을 위해, 인류를 위해 일할 거야.” 라고 말하던 안네 프랑크는 그 마지막 일기, 1944년 8월 1일자 일기에서 이런 글을 남긴다. 전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쓴 일기가 아니겠지만 그녀의 마지막 일기는 마치 유언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울린다.

“내가 이상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인간은 결국 선하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혼란과 불행과 죽음 위에 내 희망을 쌓아 올릴 수는 없다. 나는 세계가 차츰 황폐해 가는 것을 보고 수백만의 고통을 직접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하늘을 보면 언젠가는 모든 일이 다 잘 되고 이 잔악함도 결말이 나고, 또 다시 평화와 고요가 돌아오리라고 믿는다. 그때까지 어떻게든 이상을 잃지 않도록 해야겠다. 어쩌면 그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까.”

사람은 결국 선하다....... 세상이 사막처럼 삭막해 가고 그 위에서 죽음 같은 외로움과 폭력의 발길질에 시들어간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이 끔찍한 세상이 종언을 고하는 날이 올 것이고, 그때를 위해서라도 맘 속에 품은 이상을 폭기하지는 말고 살아가자. 안네의 충고가 이렇게 크게 다가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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