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독후감> 대원제국의 쇠퇴와 공민왕 시대

#산하의오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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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에 제 독후감이 실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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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제국의 쇠퇴와 공민왕 시대 (이승한 지음/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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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500년 역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돼 왔다. 아무리 역사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조선 건국과 태종, 세종 이야기, 단종애사, 임진왜란, 병자호란, 장희빈 등등의 스토리를 꿰고 있다. 그런데 한 다리 건너 고려의 역사로 가면 그 상식 수준은 급전직하한다..

필자에게는 이 고려 시대, 특히 무인 정변 이후 조선 왕조 교체기까지의 약 200년간의 역사 여행을 이끌어 주었던 가이드가 있었다. 역사 저술가 이승한이다. 그는 <고려 무인 이야기> 네 권으로 정중부의 난부터 삼별초의 최후까지를 유장하게 그려냈고 몽골에 복속됐던 고려 후기 100여년의 역사를 <몽골제국과 고려> 네 권으로 완성했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 최근 출간된 <몽골 제국의 쇠퇴와 공민왕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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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책의 출판을 목 늘여 기다린 이유가 있다. <고려 무인 이야기>부터 <몽골제국과 고려> 시리즈 전편에 걸쳐 저자는 건조한 역사적 사실과 기록상 나타나는 당시 사람들의 고민과 의지, 욕망과 심리를 종횡으로 엮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설명해 내는 신기한 능력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이다. “역사학의 본령은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고 가장 상식적인 의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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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공민왕이란 실로 호기심 돋는 캐릭터가 아닌가. 반원(反元) 개혁을 추진할 때 그럴 수 없이 과감하고 영특했으나 간신배에 놀아나 쉽게 일을 그르치기 일쑤였고, 평생의 배필이자 동지였던 노국공주에 바치는 애틋함을 보면 이런 순정파가 또 있을까 싶지만 노국공주 사후에는 최악의 막장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전락했던, 이 복잡무비의 캐릭터를 저자가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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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공민왕이 어떻게 왕위에 올랐을까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공민왕은 27대 충숙왕의 차남이었다. 장남 충혜왕이 정치에 손 놓고 난봉꾼 노릇을 하다가 원나라 관리들에게 체포돼 끌려갔고 그 어린 아들들이 연이어 왕위에 올랐다. 그러나 어린 왕들의 정치력에는 한계가 있었고, 속국을 안정시키고자 하는 원나라의 선택이 강릉대군, 즉 공민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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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라의 쇠퇴를 간파한 공민왕은 원나라의 기대를 저버리고 과감한 반원 개혁 정책을 편다. 부원배(附元輩)들을 숙청하고 원나라의 연호 폐지를 선언하는 공민왕은 가히 전광석화였다. 그런데 그 직후 그는 돌변한다. 원나라가 대군으로 고려를 치겠다고 협박하자, 자신의 명령에 충실히 따른 장군 인당의 목을 쳐 버리는 것이다. 이 대목에 가미되는 작가의 추측. “더 이상 힘을 실어 주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 누구도 안심하고 신뢰하지 못하는 공민왕의 정치성향은 앞으로도 자주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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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공민왕의 ‘불안’을 짚어낸다. 저물어 간다고는 하지만 세계를 지배했던 몽골의 노을은 여전히 서녘 하늘에서 벌겋게 타올랐고, 공민왕은 부원배들을 무찌르고서도 원나라의 그림자로부터 용기 있게 벗어나지 못했다. 누군가에 대놓고 의지하면서도 그가 세력을 얻으면 자신을 넘어설까 두려워했고 결국 자신에게 충성하는 이들도 버렸다. 홍건적을 무찌른 총병관 정세운과 그 부하 장수들이 국왕의 명을 사칭한 김용의 계략에 의해 죽임을 당했을 때 공민왕은 뜻밖에도 덤덤하다. “결정적으로 군공을 세운 (정세운 등) 4인에 대한 경계심은 누구보다 공민왕이 가장 컸다고 보인다. 대규모 군사를 거느린 실력자의 등장은 국왕에게 달갑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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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국공주가 죽은 뒤 세상을 잃은 듯 슬퍼하던 공민왕의 허한 속을 채워 준 사람이 중 신돈이었다. 신돈도 이 공민왕의 변덕을 알고 있었고 권력을 잡으면서 자신이 어떤 이간질을 당하더라도 자신을 믿어 달라고 청했다. 이에 공민왕은 “사부가 나를 구하고 내가 사부를 구할 것이다. 죽고 사는 것을 같이 하며 다른 사람의 말에 현혹되는 것이 없을 것이니 하늘과 부처가 이를 증명할 것”이라고 철석같이 맹세한다. 그러나 신돈이 권력의 정점에 서자 공민왕은 이내 그를 경계하기 시작했고 신돈 역시 전광석화와 같이 숙청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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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민왕은 아둔한 왕은 아니었다. 지향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를 앞장서 제시할 줄도 아는 권력자였다. 하지만 그렇게 기존의 ‘적폐’로부터 애써 벗어나 놓고는 그 금 밖에서 엉거주춤하며 눈치를 보았고 개혁 정치를 펼치다가도 반대에 부딪치면 내가 언제 그랬냐는 듯 안면을 바꿨던, 유약하고 그래서 불안했던 통치자였다. 즉 신하들에게 방향을 제시하되 좌표를 정확히 내리지 못했다. 개혁을 열망했으나 개혁의 내용을 채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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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한계를 통해 공민왕이 우리와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세계제국 몽골에 굴복한 ‘부마국’으로 혼혈왕들이 왕위에 올랐던 굴욕의 시대는 이후 사대(事大)를 상식으로 굳힌 조선으로 이어졌고 동시에 “가장 진취적이고 역동적인 국제화 시대”의 반동이 “조선 왕조의 대외적 폐쇄성”으로 나타났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 속에서 “그들은 왜 그렇게 살았을까?”를 고민하여 인과율(因果律)을 밝히고 저마다의 한계와 의의를 가늠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당장 우리의 오늘 또한 거대한 전환기 속에 있지 않은가. 미국과 중국은 으르렁거리고 남과 북의 분단은 여실하며 우리 안에 쌓인 적폐는 태산이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차피 역사는 정답 노트가 아닌 참고서일 뿐이라고 치면, 고려 후기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것도 길을 찾는 방편일 수 있으리라. 이 책 <몽골제국의 쇠퇴와 공민왕 시대>를 두 번째 읽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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