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이 하나의 장면, 영화 속 명장면 철학 읽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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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씬 : 소스코드(Source Code, 2011)

  • 감독 : 던칸 존스
  • #장면 : 소스코드로 돌아가는 콜터 스티븐스
  • 주제 : 헌신에 대한 우리의 태도
    (*본 내용은 같은 영화의 여러 장면을 소개할 수 있음)

죽은 사람의 신경회로를 열어 가상세계를 구현해 범죄를 종결시킨다는 소스코드. 어려운 양자역학의 세계를 풀어낸 그 내용의 참신성도 참신성이지만, 기존 영화의 플롯 구조를 와해시키고 반복된 사건 안에서 서스펜스를 유발하는 던칸 존스 감독의 연출도 뛰어난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크게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반드시 봐야 할 작품 중 하나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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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코드가 성공하고 범인 검거에 성공한 ‘소스코드 팀’


죽은 자의 신경회로를 이용해 범인의 인상착의 등을 알아내어 범죄를 소탕하는 계획 ‘소스코드’가 성공함에 따라 사람들은 잔뜩 고무되어 있다. 그러나 이전에 워렌(베라 파미가 분)은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해 소스코드 안에서 겨우 살아가는 콜터 대위(제이크 질렌할 분)의 요청을 기억하고 이내 불편함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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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부탁하는 거에요. 절 다시 보내주고, 그리고 스위치를 꺼요.”


콜터 스티븐스는 소스코드의 양자역학적 세계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일련의 가능성을 본다.(슈뢰딩거의 고양이 사고실험과 흡사하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느니 차라리 소스코드 속의 다른 세계에 살아남겠다는 것이다. 어쨌든 자기 임무를 마친 콜터 대위의 의견을 워렌은 차마 거절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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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빠진 워렌 대위


옳은 일을 하고 죽음에 이른 사람을 다시 일으켜 세워 같은 일을 되풀이하게 할 수 있는가? 공동의 안위를 위해 한 인간의 존엄을 짓밟을 권한이 과연 존재하는가?

이런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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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빠진 워렌 대위를 바라보는 ‘콜터 스티븐스’의 시선. 감독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컷이다.


콜터 스티븐스는 사망한 상태나 다름없고 뇌의 신경조직을 연결한 컴퓨터로 워렌 대위와 접촉한다. 카메라일 뿐인 렌즈 속에서 콜터 스티븐스의 간절한 눈빛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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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어요. 8분 후에 생명장치를 끌게요. 그리고 영광이었어요. 당신의 헌신에 감사드립니다.”


워렌은 더 이상 콜터 대위를 소스코드 안에서 도구로 만들 수는 없다고 결론을 짓고 콜터의 요청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녀는 어차피 데이터를 리셋하면 그만일 일을 상관의 질책이나 법적인 책임까지도 감수한 채 초월적인 인간 고유의 양심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조국을 위해 장렬히 전사한, 전사하고도 수백만의 시민의 생명을 구한 그에게 진심 어린 경배를 올린다. 헌신에 대한 워렌 대위의 태도가 마음속의 경종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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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대위의 말을 듣고 밝은 표정으로 떠나는 콜터 스티븐스


최근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들에 대한 예우 문제로 세간의 말이 많을 때마다 나는 이 영화의 이 장면이 떠오른다. 적어도 우리는 워렌 대위와 같은 “양심”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힘없는 평화는 오지 않고, 불가피하게 그 힘을 유지해야 한다면 누군가는 총대를 매야한다. ‘총대를 맨다’는 표현이 우리 일상생활에 “책임을 진다”라는 표현으로 통용되는 만큼 군인들이 우리 대신 짊어지는 책임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일이다. 공기가 내일 사라질 것을 염려하지 않듯이, 우리의 일상이 내일 사라질 것을 염려하지 않듯이.

적어도 타인이 나를 위해 자유를 희생하고 있다면 최소한 거기에 대한 예우와 최대한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인간의 양심 아니겠는가. 가장 위험한 국가이면서도 더 상황이 열악한 국가보다도 천한 대우를 받는 우리나라 국군에게도 올바른 정부의 지원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격려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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