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이 하나의 장면, 영화 속 명장면 철학 읽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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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씬 : 다운폴(Der Untergang, The Downfall, 2004)
감독 : 올리버 히르비겔
#장면 : 궁지에 몰린 히틀러, 그를 찾아온 슈페어
주제 : 용기란 무엇인가?
(*본 내용은 같은 영화의 여러 장면을 소개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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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종전 이전 히틀러의 은신처 생활을 그린 영화다. 특히 히틀러 역을 맡은 브루노 간츠의 명연기로 더 유명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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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몇 달 동안 당신의 파괴명령을 거부해왔습니다. 아니, 오히려 반대로 행동해왔습니다. 당신에 대한 개인적인 충성심보다, 더욱더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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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황이 악화되자 히틀러는 슈페어에게 독일의 모든 기간산업을 파괴할 것을 명령한다. 적의 손에 넘어가느니 없는 것이 낫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슈페어는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잇따른 부하들의 배신에 광분에 휩싸인 히틀러를 찾아가 위와 같이 말한다.물론 권력을 거의 상실한 지휘관의 명령이 큰 효과가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슈페어의 결정은 개인의 안위가 아닌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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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페어의 악수를 거부하는 히틀러/전황이 악화되자 등을 돌리는 부하들을 신물나게 보아왔던 터이지만, 가장 신뢰하는 사람의 배신은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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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광기는 이데올로기를 앞세워 삶을 파괴하지만, 그 파괴된 삶에 대해 책임지려는 태도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테면, 영화에 등장하는 SS친위대의 수장인 히믈러는 개인의 안위를 위해 지도자(히틀러)를 배신하지, 타인의 삶을 우려해 그런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다.“사막의 여우”라 불리던 에르빈 롬멜장군도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 소식을 듣고 반역을 꾀하다 죽임을 당했으니, 꼭 광기에 사로잡힌 집단에 미치광이들만 있었던 것은 아닌 것이다.
용기란 어떤 것일까?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 라고 하는 것일까? 단순히 그렇기만 하다면 용기라고 할 수 없다. 용기는 올바른 신념을 지키기 위해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만일 슈페어가 자신의 신념보다 죽음을 두려워했다면 방공호를 찾아가지도 않았을 것. 화가 난 히틀러가 자신을 처형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설령 히틀러가 그를 처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방공호로 가기 위해 적진을 뚫고 들어가야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목숨을 내놓을 각오가 돼있을 만큼 그 신념이 옳다고 믿었으며, 고로 이 장면은 용기에 대한 꽤 둔중한 파문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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