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명화이야기> 베르트 모리조 초상 -- 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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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네의 연인, 베르트 모리조 초상
마네의 <제비꽃 장식을 단 베르트 모리조> 무채색 계열의 단정한 이 그림은 마네의 영원한 연인 모리조 초상이다. 동그랗게 뜬 큰 눈과 도톰한 입술, 이지적이고 차분한 이미지. 검은색 옷차림의 모리조와 회색톤 배경이 대비를 이루면서 그림을 보는 사람이 모리조에게 시선을 집중하게 만든다.
유부남 마네는 베르트를 만나자 마자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불온한 사랑이 시작되고 마네는 세상의 눈을 피해 베르트와 연인관계를 계속 유지할 요량으로 자신의 동생 외젠과 베르트의 결혼을 주선한다. 그렇게라도 연인 베르트를 가까이서 볼 수 있기를 바란 마네의 욕망. 사랑하면 눈이 멀어 버리는 걸까? 베르트는 마네의 뜻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희미한 복사판’을 택해 결혼을 한다.
"마네가 죽은 후 그의 연인 모리조는 마네의 사후 전시회를 기획했고, 마네의 작품 몇 점을 사들이며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 모리조는 ‘눈부신 마네의 희미한 복사판에 지나지 않는’ 남편을 사랑할 수 없었지만, 막상 남편이 죽자 죄의식과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다. 자신의 체면과 가족의 명예를 위해 택한 방패인 결혼은 모리조에게 묵직한 사슬이었고, 심지어 방패 두 개를 들어야 했던 마네도 평생 그 무게에 짓눌렸다."
사랑은 속절없이 가버렸고 이들이 나눈 사랑의 자취는 그림으로만 남았다.
베르트 모리조 (1841-1895)
상트르주 셰르 데파르트망(Department) 부르주 출생.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하여 J.B.C.코로의 지도를 받았으나, 마네를 알게 되면서 인상파 화가들과 교제하였으며, 1874년에 시작된 인상파 그룹전(展)에 처음부터 참가하였다. 그후 1886년의 제8회전까지, 제4회전(1879)을 빼고 매회 출품하였다. 1874년, 마네의 동생 우젠과 결혼하였으며, 《발콩》《휴식》 등에서 자주 마네의 작품모델이 되었다.
모리조의 작품은 코로의 감화를 받은 초기의 풍경화로부터 차차 인상파의 밝은 색조로 바뀌어갔으며, 집 안팎의 가정적 정경이나 정물화를 자유롭고 경쾌한 필치로 그려, 섬세하고 감미로운 감각을 나타내었다. 수채화에도 뛰어나서 유화 못지않은 경쾌하고 멋있는 가작들을 남겼다.
모리조 작품 몇 점
마네와 모리조, 연인과 가족 사이.
에두아르 마네는 매력적인 남자였다. 얼굴도 잘생긴 데다 늘 최신 유행에 맞는 옷을 걸쳤다. 마네는 여러 여인들의 마음을 울렸지만, 자신의 가족과 얽힌 여인 두 명 때문에 울었다.
마네의 아내 수잔 렌호프는 마네의 아버지 오귀스트의 정부였다. 마네와 결혼하기 전 수잔은 사생아를 하나 낳았는데, 이 아이는 사실 오귀스트와 부적절한 관계로 맺힌 열매였다. 아버지의 여자를 아내로 삼다니, 믿기 힘든 일이지만 체면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회에서는 그처럼 말도 안 되는 일을 비밀리에 용인했다. 가족의 명예와 아버지의 위신을 위해 마네는 아버지의 정부와 결혼하고, 자신의 동생을 대자로 삼았다. 마네의 분노는 비밀로 갈등하는 듯한 부모의 모습을 포착한 작품 ‘오귀스트 마네 부부의 초상’에 담겼다.
베르트 모리조는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성이었다. 예술적 재능도 뛰어났다. 모리조는 20대 초반부터 화가로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나갔다. 소개로 만난 모리조와 마네는 곧 친밀한 관계를 맺었다. 모리조는 마네의 아내를 질투했고, 마네는 모리조의 매혹적인 자태를 화폭에 담았다. 항상 주위에서 둘을 지켜봤던 사람은 “마네가 유부남이 아니라면, 모리조와 마네가 결혼했을 거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러나 유부남과 미혼 여성의 관계가 어떻게 양지로 나갈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명예를 더럽히지 않고 현재의 삶을 유지하면서도 감정을 분출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마네는 모리조에게 자신의 동생 외젠 마네와 결혼을 권했다. 모리조는 절박한 사랑의 차선책으로 연인의 동생과 결혼해 연인의 가족이 되는 길을 택했다. (“인상주의자 연인들” 제프리 마이어스 지음 / 김현우 역 / 마음산책)